[우정 이야기]세상을 잇는 네트워크

전화로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통장의 돈을 가로 채는 보이스피싱이 우체국 직원들의 맹활약으로 무산되고 있다.

이같은 활약으로 지난해 5월 1만3100여건을 넘어섰던 우체국 보이스피싱 민원 접수 건수는 지난 2월 4858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객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자동화 기기 거래자를 오랜 시간 관찰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기를 막는 등 대처법도 다양하다.

박모씨(46·여)는 지난 2월 11일 서천우체국을 찾아 만기가 되지 않은 예금과 보험을 해약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을 직감한 우체국 직원은 피해 사례를 들어가며 박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직원의 말을 듣지 말라’는 사기범의 말에 설득을 외면했던 박씨는 결국 직원에게 사실을 털어놓았고 4000만원을 지킬 수 있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통장의 돈을 이체하려다 우체국장의 제지로 피해를 막기도 했다. 제천에 사는 오모씨(51)가 봉명우체국을 찾은 것은 지난달 15일. 오씨는 당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현금입출금기를 조작하고 있었고, 이를 본 우체국장이 신속하게 달려가 취소 버튼을 눌렀다. 오씨는 뒤늦게 사기범에게 속은 것을 알고 고마움을 표했다.

같은 날 정선 사음우체국에서도 우체국 직원이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고객에 눈을 떼지 않고 침착히 대처해 보이스피싱을 막았다. 김모씨(65)는 자신의 조카를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500만원을 이체하기 위해 우체국을 찾았다. 현금자동지급기 앞에서 장시간 서성이는 김씨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직원이 금융사기를 직감하고 서둘러 금융거래를 정지시켜 피해를 막았다.

남궁민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 2월 우체국에 접수된 보이스 피싱 민원 건수가 처음으로 5000건 아래로 내려갔는데, 봄이 되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았을 때는, 오히려 우체국을 믿고 상황을 얘기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