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그룹 계열사에 한해 일부 활용했던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이제는 단일 기업의 IT 프로젝트에도 적용되는 등 국내에서도 오프쇼어링에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아웃소싱 자체를 꺼려했던 금융기업까지 오프쇼어링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프쇼어링이 머지 않아 본격적인 적용의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쇼어링 효과나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과연 개발·운영 비용을 기대만큼 절감할 수 있을지, 원하는 품질 수준을 얻을 수 있을지에 반신반의하는 주장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핵심 업무가 아닌 영역이라면 오프쇼어링을 검토해 볼만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이 4∼5년 전에 설립했던 해외 개발센터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오프쇼어링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오프쇼어링 시장 동향을 점검해 봤다.
◇오프쇼어링 어디까지 왔나=국내에 오프쇼어링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M-ERP 시스템의 서비스관리(SM) 업무를 중국 북경센터로 이관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업무를 오프쇼어링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후 LG화학, 현대중공업, 포스코, LIG손해보험 등이 오프쇼어링을 활용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를 통해 오프쇼어링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동양그룹이 IT거버넌스시스템(ITGS) 개발을 IT계열사인 동양시스템즈를 통해 중국 선양의 개발센터에 오프쇼어링 방식으로 위탁한 바 있다. 이어 동양종금증권이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일부 영역을 오프쇼어링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진행된 오프쇼어링 프로젝트는 그룹 IT자회사를 통해 진행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오프쇼어링을 추진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키움증권이다. 특히 키움증권은 국내 IT서비스업체의 해외 개발센터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중국 다롄의 현지 개발업체에 직접 업무를 위탁했다. 키움증권은 2008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7개월 동안 오프쇼어링을 활용했다. 키움증권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도완 이사는 “신규 프로젝트의 개발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오프쇼어링을 추진했는데, 현재는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효과가 다소 반감된 상태라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T서비스업체와 협력을 통해 오프쇼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곳도 있다. 최근 한화그룹은 액센츄어와 협력을 통해 일부 사업 영역에 한해 오프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화S&C측은 국내 시장에서 오프쇼어링 관련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액센츄어의 글로벌 오프쇼어링 경험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에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실제 운영으로 효과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이 경험을 토대로 국내 금융산업에 액센츄어와 공동으로 진출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업무 영역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액센츄어가 담당하고, 시스템 운영이나 회사의 핵심 업무 개발은 한화S&C가 주도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들어 오프쇼어링 서비스 범위도 많이 확대되고 있다. LG CNS는 오프쇼어링의 방향성을 전반적으로 재설정하고 있다. 그동안 시스템 개발 위주로 오프쇼어링을 진행해 왔던 것을 최근에는 SM 영역으로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SM의 경우 아직까지 추가 개발 요구가 많지 않은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 오프쇼어개발센터를 오프쇼어서비스센터로 이름까지 변경했다.
◇선발 주자 “인력 확보 용이·비용 절감 커”=오프쇼어링은 국내에 일찌감치 소개됐지만 초기에 이를 도입했던 기업들은 이렇다 할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오프쇼어링을 도입했던 기업들은 제대로만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LIG손해보험은 오프쇼어링으로 많은 효과를 봤다. LIG손해보험은 LG CNS의 중국 베이징개발센터에 차세대시스템 개발 업무의 일부를 위탁했다. 국내에서 분석·설계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베이징개발센터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테스트까지 완료한 후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LG CNS 베이징개발센터는 한글 업무 처리가 가능한 조선족 개발자가 많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이인호 LIG손해보험 팀장은 “LG CNS 베이징개발센터에 우수한 인력풀이 많아 개발 성과물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면서 “특히 국내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수준의 개발자를 구하기가 힘들지만 오프쇼어링을 이용하면 인력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개발자를 빨리 투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LIG손해보험은 난이도가 높은 일부 개발 업무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많은 영역의 시스템 개발을 맡겼다. 개발 성과물의 품질은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LIG손해보험은 현재 차세대시스템 운영 업무까지 베이징개발센터에 위탁한 상태다.
현재 차세대시스템을 한창 개발 중인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중국 선양에 있는 동양시스템즈의 개발센터에 차세대 프로젝트 중 총무관리시스템 등 일부 업무를 위탁해 개발하고 있다. 핵심 업무용 시스템에는 오프쇼어링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이 오프쇼어링 도입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였다. 이후 오랜 검토를 거쳐 올 1월부터 중국 개발자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됐다. 동양종금증권이 위탁한 총무관리시스템의 경우 개발된 화면 수가 200여개 정도다.
정재훈 동양종금증권 이사(CIO)는 “오프쇼어링으로 최소 30% 정도의 개발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조선족이기 때문에 소통의 어려움도 적고, 동양종금의 개발 방법론을 교육시켜 적용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중국 다롄의 개발업체에 개발 업무를 위탁해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도완 키움증권 이사(CIO)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오프쇼어링으로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며 “기본적 자질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개발자들인 만큼 교육을 통해 필요한 기술 수준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업무 중 일부에 오프쇼어링 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IT 운용비용을 대폭 절감했다고 밝혔다. 2008년 말부터 해외법인의 SAP 전사적자원관리(ERP) 영역의 시스템 관리 업무에 대해 오프쇼어링을 추진해 오고 있는 LG화학의 경우에도 IT 운용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해외법인의 현업 담당자와의 의사소통 만족도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오프쇼어링을 활용한 기업들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의 고급 인력을 활용해 글로벌 개발 방법을 경험할 수 있고, 현지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 오프쇼어개발센터를 두고 있는 포스코ICT는 오프쇼어링을 통해 글로벌 프로세스를 갖출 수 있었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현재 포스코ICT는 인도 빌라이제철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구축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 사업의 수주 뿐 아니라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오프쇼어개발센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시장 전망은 엇갈려=이처럼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오프쇼어링 적용 사례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전망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력 자원을 활용해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인력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프쇼어링이라고 하면 여전히 손사래를 친다. 개발 성과물에 만족도가 높지 않았거나 언어 문제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 탓이다.
신영증권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단순 조회화면 100여본의 개발을 삼성SDS 중국개발센터에 위탁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피드백이 느렸고, 서비스 품질도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쳤다. 결국 추가 계약을 포기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분석과 설계가 끝난 뒤 개발 단계에서 오프쇼어링을 검토해 추진하다 보니 시스템에 대한 개발 인력들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원하는 수준의 개발 결과물이나오지 않아 더 이상 오프쇼어링을 추진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오프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를 꼽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있는 국가 간 오프쇼어링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을 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까지도 공통점이 많아 오프쇼어링을 추진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근접해 있으면서도 문화적 동질성은 많이 떨어진다. 여기에 언어까지 다르기 때문에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 비해 오프쇼어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면 한국 개발자에겐 주민번호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자연스럽지만 인도와 중국의 개발 인력들에겐 생소하고 별도로 배워야 하는 항목이다. 이외에도 예비군관리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경우 예비군이 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오프쇼어링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리 프로세스를 제대로 정립하고,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함께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사전에 꼭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은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영상채팅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직 많은 기업이 한 공간 안에서 개발 업무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며 “원격지에 떨어져 개발과 운영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과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오프쇼어링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여전히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오프쇼어링 사례 발굴을 통해 서비스 신뢰도를 높여야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형진 동양시스템즈 차장은 “향후 국내 IT서비스기업들의 오프쇼어링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오프쇼어링 자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래야 현재 일부 개발 분야에 한정된 오프쇼어링이 IT 아웃소싱을 비롯한 운용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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