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억년전 우주 대폭발 ‘빅뱅’이 일어났다.
10의 -32승초마다 두 배로 팽창한 우주는 순식간에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에서 10의 25승 배만큼 커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이러니하게도 극도로 미세한 소립자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거대 과학시설인 ‘가속기’는 바로 이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는 첨단 현미경이다.
◇거대시설로 원자보다 작은 세계 관찰=‘가속기(Particle Accelerator)’란 ‘원자로부터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전자·이온 등의 전기를 띈 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을 사용해 빛의 속도(30만km/초)에 가깝게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인류는 극도로 미세한 입자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팸토(10의 -15승) 속도로 가속함으로써 우주의 생성 원리에 대한 해답에 한 발짝 다가섰다.
‘나노’ 크기 이하의 세계에 대한 연구는 21세기 들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가속기의 활용 범위가 단순히 기초 물리학뿐 아니라 생명과학·나노과학·재료과학·의료 및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가속기 분야 최고 전문가인 최병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장은 “21세에 들어와 자연과학기술은 모두 나노 크기 이하를 다루는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 가속기”라며 “가속입자가 전자냐, 양성자냐, 중성자냐에 따라 반응과 효과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가속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과학부터 신성장동력까지=가속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거대 가속기는 4종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늦은 불과 10여년 전부터 가속기에 대한 본격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에 착수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최근 사업단을 꾸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의료용)중입자 가속기’, 2002년부터 10년에 걸쳐 준비해온 경주 양성자가속기, 4세대 가속기를 준비하는 포항 방사광가속기 등이다.
이들 종류별 가속기는 기초 과학 경쟁력 확보는 물론 신소재 발굴 및 암 치료 등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과학벨트 내 들어설 중이온가속기(KoRIA)는 반감기가 매우 짧은 동위원소 빔을 높은 속도로 가속시키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가속기로서 관심을 모은다.
◇삶의 질 향상도 ‘가속화’=박찬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은 오는 2016년 초 완료를 목표로 하는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에 대해 “고품격 환자중심 치료를 가능케 하는 국내 최초의 거대 중입자 가속기”라며 “기존 방사선 치료로 불가능한 암 치료가 짧은 기간 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2012년 경주 양성자 가속기가 완공되면 기능성 신소재·우주항공소재·고속스위칭 전력 반도체 개발 등 미래 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추진될 예정이다.
201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4세대 포항광가속기의 경우도 3세대보다 100억배나 밝은 빛을 냄으로써 고분자태양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메커니즘 이해의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다만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예산의 한계 등으로 선진국처럼 보다 다양한 다수의 가속기를 보유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과학시설이다보니 4∼5년에 끝날 시설 구축 등이 10년 가까이 연장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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