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가]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가]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더 이상의 복수극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서사와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 모험담은 세대를 초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어릴 적부터 원작을 압축한 책이나 애니메이션 ‘암굴왕’ 등으로 그의 이야기를 접해본 바 있다. 그러나 단순한 모험담과 복수극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전하고자 하는 용서와 사랑, 신화적 이미지가 뇌리에 남는다.

뮤지컬은 장르의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이 황홀한 탈출과정과 모험 등에 영상효과를 사용, 현실성과 신비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에드몬드가 감옥에서 굴을 파거나 바다 깊숙이 떨어진 후 헤엄을 쳐 수중 밖으로 나가는 장면 등의 현실감 있는 표현은 영리했으며 신선했다.

◇오랫만에 등장한 대작 서사극=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최근 대형뮤지컬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감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켰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등은 눈이 즐거운 무대를 선보였으며 서사를 표현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의 최신작이라는 사실은 공연 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막이 오르고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전에 관객을 매료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캐릭터의 모든 감정들은 그의 음악 위에서 더욱 강렬하고 애절했다. 몬테크리스토의 탈출과 복수라는 스토리의 스케일 또한 대형극장에 어울리므로 그야말로 관객들이 즐거운 공연이 됐다.

이 모든 것의 조화에는 최대치의 역량을 보여준 배우들이 한 몫 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관람하면 수많은 여성들이 배우 류정한에 열광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보였던 류정한의 카리스마가 되살아나며 그만의 아우라를 형성, 그의 복수가 마치 관객의 복수인 것처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의 연인 메르세데스를 연기한 차지연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웠으며, 사랑에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여인이자 어머니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배신과 음모의 몬데고, 빌포트, 당글라스는 예리했고 파리오 신부, 루이자, 자코포, 알버트 등의 조연 역시 캐릭터만의 개성이 충분히 살아났다.

◇급조된 헤피엔딩이 아쉽다=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는 인간의 증오와 복수를 지나 사랑과 용서, 화해에 닿으므로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대중들에게 그의 영웅적 면모는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배우의 연기와 음악으로 인해 그 통쾌함이 극대화되며 관객들의 기립을 유도했다. 숨어있던 에드몬드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돼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 전율의 순간,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과 함께 그는 실제 인물이 돼 관객들에게 자신을 드러냈다.

다만, 긴 이야기를 두 시간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극은 몬테크리스토의 서사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몬테크리스토의 복수 맹세의 강렬함과 달리 결말은 다소 맥이 빠진다. 복수의 대상자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는 이제야 용서의 의미를 알았다는 몬테크리스토의 고백은 당연한 결말임에도 어리둥절하다. 그렇게 외면하던 메르세데스에게는 급작스레 사랑을 속삭이고 그동안의 험난한 과정이 무색할 정도로 삽시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