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소프트·한글과컴퓨터 등 간판 SW기업이 잇따라 경영 문제로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면서 한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국내 SW기업 가운데 그나마 스타기업으로 주목을 끈 이들 기업마저 몰락하면서 ‘롤 모델’이 사라졌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특히 글로벌 SW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인 M&A가 아니라 경영악화와 CEO 배임문제 등 부정적 이슈에 밀려 M&A가 진행되면서 한국 SW산업에 전체 이미지가 흐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종 SW 동반 몰락 우려=간판 SW기업의 부정적 M&A는 당장 토종 SW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간판 기업마저 지속 성장가능성이 의심 받으면서 여타 기업의 대외 신인도의 동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한 SW기업 사장은 “핸디소프트에 이어 티맥스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까지 위기를 겪으면서 국산 SW에 대한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졌다”며 “발주자들은 최근 각종 프로젝트에서 유지보수가 제대로 안 되는 국산 SW를 뭘 믿고 도입하느냐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티맥스·한컴이 잇따라 힘들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영세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국내 SW업계에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업은 안철수연구소, 더존비즈온 등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만 뒷걸음=새로운 SW산업이 급부상하면서 갈 길이 바빠진 한국 SW산업이 다시 머뭇거려야 하는 것도 큰 문제다. 글로벌 SW기업들이 스마트폰과 클라우드컴퓨팅 등 새로운 SW 비즈니스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매각 이슈로 허송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라클, SAP 등 외국 기업들이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하드웨어 등 이종업체까지 M&A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티맥스는 경영난 악화로 전사적으로 추진 중이던 한국형 운용체계(OS) 개발을 올 스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글과컴퓨터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차질이 예상된다. 공격적인 글로벌 업체에 비해 국내 전문 SW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육성 전략의 타격도 예상된다. WBS를 위해서는 전문 SW기업과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전문SW의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우리가 집중해온 제조 기반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며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SW벤처 생태계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내 업계는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사장은 “더 늦기 전에 SW기업 살리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기업의 몰락은 우수 인재가 SW산업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반감시킬 전망이다. 젊은 인재 감소로 R&D 역량이 저하되면서 기업의 경쟁력도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는 “몇 년 사이 우수 학생들의 SW관련 학과 기피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비전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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