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0분 단위로 10번의 경주가 진행되는데, 30분 사이에 모든 집계와 정산을 완료해야 합니다. 때문에 마권발매전산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죠. 시스템 장애로 한 번의 경주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5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을 정도입니다.”
한국마사회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장훈 정보기술처장은 마사회 정보시스템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마사회 경주는 1주일에 3일, 하루에 10번 열린다. 하루에 처리하는 트랜잭션이 무려 500만건에 달한다.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이 일반 금융권 못지않다는 게 장 처장의 설명이다. 또 하루에 500억원 가까운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그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발매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올해 핵심 사업=현재 한국마사회의 핵심 비즈니스 이슈는 △신사업 발굴 △경마장 신설 △국제화 △고객서비스 개선 등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점점 사양세를 보이고 있는 경마 시장에 대비해 말과 관련된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경북 영천시에 새로운 경마장을 설립해 기존 3개에서 총 4개의 경마장으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마시장의 중심축이 아시아 권역으로 빠르게 넘어오면서 경마장의 수준을 국제화·고도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고객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장 처장은 다양한 비즈니스 이슈 중에서도 경마 수준의 국제화에 관심이 크다. 중국 시장이 향후 빠르게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경마 관련 정보시스템과 인프라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수입에 의존해 오던 발매전산시스템을 지난 1999년에 직접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마사회는 이 당시 발매전산시스템과 연결되는 발매단말기도 함께 국산화했다.
장 처장은 “정보시스템 뿐만 아니라 관련 IT 컨설팅 작업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현 발매전산시스템과 단말기를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을 올해 핵심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처장은 현재 발매단말기를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발매단말기는 전국에 걸쳐 4000여대가 분포해 있는데, 1999년에 국산화 작업을 진행한 이후 10여년 만에 새로운 모델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한국컴퓨터를 사업자로 선정해 지난 13일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새로운 발매단말기 개발을 통해 고객 서비스 제고와 함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여건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단말기 모델은 기존의 키오스크 형태의 발매기 외에 고객들이 직접 경주 중계를 보면서 앉은 상태로 발매할 수 있는 재석형 발매단말기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마사회는 발매단말기의 데이터를 통합해 처리하는 발매전산시스템의 하드웨어 장비들을 대거 교체한다. 이 장비들 역시 10년 정도 운영한 것으로 많이 노후화됐다. 한국마사회는 현 컴팩 알파서버를 HP 유닉스 서버로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마사회는 올해 정보보호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 중이며, 모바일 오피스도 올해 시범 사업을 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의 올해 IT 예산은 총 100억원 정도다. 이 중 고정 비용와 신규 투자 비용은 절반씩이다. 신규 투자 비용의 대부분은 발매단말기 개발과 서버 교체, 정보보호 분야 등에 쓰인다.
◇ITSM 고도화로 차지백 서비스 강화=장 처장은 올해 IT서비스관리(ITSM)고도화 작업도 준비 중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오고 있으며, ISO20000인증도 받았다. 한국마사회가 ITSM을 도입하게 된 것은, 1999년도부터 2006년도까지 진행된 국산 발매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이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 한국마사회는 미국의 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해 왔다. 하지만 늘어나는 사용자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발매전산시스템을 국산화시켰다. 장 처장은 당시 이 사업의 프로젝트매니저(PM) 역할을 했다. 주사업자는 삼성SDS였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시스템 국산화를 통해 얻은 효과만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발매단말기 가격이 기존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어 이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효과만 300억원이며, 그외 시스템 효율성이나 낮은 장애 발생률 등 부가적인 효과들까지 합친다면 더 많은 효과를 얻었다는 게 한국마사회측의 분석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마사회는 158억원을 들여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구축됐다. 이 사업은 LG CNS가 수행했다.
한국마사회는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축한 정보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TSM을 도입했다. 2008년 ISO20000 인증을 받았고, 덕분에 지난해 정부에서 조사한 IT활용수준에서도 2000여개 기업 중 상위 5%에 들 정도로 정보화수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장 처장은 “300억원 가까이 투자해 개발한 시스템들에 대한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오다 ITSM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2006년에 IT진단 컨설팅을 통해 프로세스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직무를 재정의한 다음 ITSM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마사회의 고객서비스개선요청(CSR) 처리 규모가 연간 2500건 정도이며, 이중 99% 이상이 처리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년 10여군데의 기업과 기관에서 한국마사회의 ITSM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장 처장은 앞으로 IT서비스에 대한 차지백(charge back) 프로그램을 더 정교화할 계획이다. 현재의 ITSM으로는 CSR의 경중에 따라 비용을 책정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CSR를 유형별로 나눠서 기능점수로 객관화해 차지백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국마사회는 ERP 시스템과 그룹웨어 등도 고도화할 계획이며,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비즈니스도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장 차장은 아웃소싱 관련 전략에 대해서도 확고한 잣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웃소싱하고, 한국마사회의 고유한 업무 분야 시스템은 자사의 역량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발매전산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은 한국마사회의 IT부서가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그 외 경마마핑시스템, ERP, 전자결재, IT인프라 설비 등의 시스템 운영은 외부에서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있다.
<프로필>장훈 한국마사회 정보기술처장은
광운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해 27년간 IT업무를 담당했다. 한국마사회 IT팀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며, 마권발매 전산화 작업부터 제주경마장 전산시스템 구축, 국산 발매전산시스템 구축,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ITSM 구축 등 한국마사회의 굵직한 IT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2008년부터 정보기술처장으로 지내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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