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해 설치된 강남역 근처의 미디어폴.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총 22개곳에 설치된 12.4m의 길다란 조형물에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거나 22개의 미디어폴을 이용한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가능해 강남역의 명소로 떠올랐다.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미디어폴’ 앞에 서서 ‘셀프 사진’을 찍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지난 1일부터 열린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에는 46인치 DID 20대를 이어붙인 초대형 화면이 한쪽 벽면을 메웠다. 118인치 초대형 스크린 8개를 병풍처럼 이어붙인 디스플레이도 전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신개념 디스플레이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를 이용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또는 아웃오브홈미디어(OOH)라 불리는 옥외 미디어 서비스가 단적인 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공공장소와 상업 공간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디스플레이의 한 형태다. TV·모니터·노트북 등 가정 내에서 쓰이던 디스플레이를 집 밖으로 끌어낸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간편하게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터치 기술이 접목되면서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디스플레이를 터치해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효용성은 더욱 커졌다.
최근 서울메트로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117개 전 역사에 총 913개의 ‘디지털 뷰’를 설치했다. 지하철 역사·노선 정보는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전화까지 사용 가능한 기기다. 여기에는 46인치와 17인치 LCD 터치패널이 사용됐다. 경기도 화성시는 올해 2월부터 32인치 LCD 화면을 장착한 버스정류장 안내단말기(BIT)를 159개 주요 버스 정류장에 설치했다. 버스 노선 정보를 비롯한 각종 생활 정보와 지상파 DMB 방송이 제공된다.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바람, DID 시장 성장 이끈다=디스플레이가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면서 DID 시장도 급팽창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DID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2004년 6034만달러에서 현재 23억5644억달러로 커졌다. 그 중 LCD 패널 시장은 수량 기준으로 2010년에 138만대로 전체 DID 시장에서 61.9%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LCD가 기존 CRT·PDP를 대체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2016년에는 820만대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루며 그 비중이 약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P를 이용해 모바일 기기나 PC와 연계하는 네트워킹 서비스가 늘면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콘텐츠 공급자, 통신사,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 모두 주목하는 시장이 됐다. 일본에서 NTT·소프트뱅크 같은 통신사업자가 나서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창출하는 모습이 그 예다.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 시내에는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 코멜이 설치한 DID화면이 500개 이상 설치돼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대응=DID가 새로운 수요처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내로베젤, 고내열 DID 등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스크린을 구현하기 위해 분할된 화면의 경계면(베젤) 폭을 4.7㎜·2.6㎜로 줄인 제품을 내놓았다. 화면을 이어 붙이면 상하 또는 좌우 베젤 두께는 7.3㎜에 불과해 소비자들은 이음선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DID용 슈퍼와이드 LCD 패널도 출시해 여러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제품은 지하철·버스 안내판을 겨냥해서 만들었다. 4 대 3 또는 16 대 9의 화면 비율에서 벗어나 가로 길이를 늘린 4 대 1 비율의 디스플레이다. VGA(640×480)급 화면 3개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어서 다양한 인터페이스 구성이 가능하다. 또 초대형 화면에서 선명한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UD(3840×2160) 기술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형태를 내놨다. 현재 26인치부터 100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처음으로 100도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LCD 패널을 개발했다. 종전에는 표면 온도가 75도를 넘기면 화면 일부가 검게 변화는 ‘흑화’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옥외에 LCD 화면을 설치하려면 별도의 자외선 차단 필름이나 냉각 시스템을 장착해야 했다. 이 제품은 빛 반사율이 2% 미만으로 낮고 밝기는 2000㏅/㎡까지 구현돼 야외에서도 화면이 또렷하게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55인치 아웃도어 전용 패널을 출시하는 한편 42·55·72·84인치 DID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DID 시장 걸림돌 개선 논의 활발=DID 시장 확대를 막는 걸림돌은 바로 옥외광고물등관리법에 새로 출현한 첨단 소재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법은 지난 1990년 제정된 뒤 약간의 수정만 있었을 뿐 여전히 제정 당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또 이 법 시행령 제20조 1항 6호에서는 ‘조명을 함에 있어서는 네온·전광 또는 점멸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을 둬 옥외 광고물에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을 단속할 빌미를 줬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행정안전부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주변 도로변에 설치한 공공정보디스플레이(PID)에 대한 철거 명령을 내린 사례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에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개선 목록에 이 부분을 집어넣고 올해 하반기에 결과물을 내겠다는 목표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도 옥외광고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 첨단소재에 관한 사항에 대해 명시했다. 우무정 보좌관은 “신소재를 이용한 옥외광고물이 양성화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법안처리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법률이 개정되면 시행령·규칙도 그에 맞게 손질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도로변에도 필요에 따라 PID 설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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