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로봇이 막힌 혈관 뚫다

전남대 로봇연구소팀이 개발한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 외형(왼쪽)과 동물생체 실험에서 마이크로 로봇(왼내)이 혈관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추적한 장면
전남대 로봇연구소팀이 개발한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 외형(왼쪽)과 동물생체 실험에서 마이크로 로봇(왼내)이 혈관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추적한 장면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혈관 속에 마이크로 로봇을 주입해 막힌 혈관을 청소하는 동물생체 실험에 성공했다. 향후 심혈관계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의료로봇시대를 열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소장 박종오·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최근 인간과 비슷한 강한 혈류와 혈압을 보유한 살아 있는 돼지(미니 피그:Mini Pig)의 혈관내에 직경 1㎜, 길이 5㎜의 마이크로 로봇을 투입, 위치를 제어하고 이동시키며 막힌 혈관을 뚫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상과학영화나 미래 기술 예측에서 등장하는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이 실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박 교수팀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이용해 동물혈관의 3차원 형상을 추출해 마이크로 로봇의 이동경로를 미리 설정했다. 이어 수술 시 마이크로 로봇이 혈관 내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X선 형광투시기로 추출한 뒤 수술 전 동물혈관의 3차원 형상과 서로 맞춰 마이크로 로봇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로 로봇의 이동은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외부의 3차원 구동장치로 조종한다.

 정밀기계와 IT, 의료 등의 융합기술로 개발된 마이크로 로봇은 회전자계를 생성하는 전자기 구동을 통해 직경 3.6㎜, 분당 회전수(rpm) 1200∼1800번의 치료공구가 회전하면서 진행해 동물생체의 막힌 혈관을 잘게 부수며 성공적으로 뚫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총사업비 203억여원이 투입되는 지식경제부의 산업원천기술 1단계 사업 일환으로 이뤄졌다. 마이크로 로봇의 위치인식 기술은 의료영상전문업체 사이버메드(대표 김철영), 이동기술은 박석호 전남대 공대 교수팀이 각각 맡았다. 또 의료적 검증은 정명호 전남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가 담당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2·3단계의 추가 연구를 통해 4년 내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의 공학적 기술개발을 끝마치고 7∼10년 이내에 상용화 수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로봇을 활용하면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만성완전협착을 비롯해 급성심근경색·동맥경화증·뇌졸중 등의 질환을 조기 발견,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심혈관계 질환의 대표적인 검사법인 심도자(혈관에 도관을 삽입하고 조형제를 투입해 주요 혈관을 검사하는 방법)의 방사선 노출과 조형제 투입 등의 부작용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종오 소장은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의 생체실험 성공으로 세계 마이크로 로봇 기술 수준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혈관 초음파 진단 및 치료기능을 추가해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