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통신공룡` KT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진두지휘하면서 KT의 구조조정을 1차로 끝낸 이 회장이 새로운 수입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첫 번째 선택이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KT그룹의 전체 자산은 27조원을 넘고 계열사만 27개에 달하지만 통신업을 기반으로 하는 모기업 KT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성장성이 떨어지고 내수 경쟁이 치열한 통신사업에만 전념하는 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격이다. KT가 부동산 개발에 눈을 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KT는 방대한 보유 부동산을 바탕으로 부동산 운용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는 7월 부동산사업 개발 기획과 시행을 전문으로 하는 별도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KT가 100% 지분을 소유하며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문성을 감안해 신설법인에 필요한 대부분의 인력을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수혈할 방침이며 최고경영자(CEO)도 공모 중이다.
문광억 KT 자산경영실 상무는 "KT가 전국적으로 보유한 전화국, 건설지원센터 부지, 연수원, 본사ㆍ지사 등을 합하면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들어가는 부동산 보유기업일 것"이라며 "KT가 직접 개발사업에 뛰어들면 더욱 높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의 보유 부동산 가액은 토지ㆍ건물 포함해 6조4000억원을 넘는다. 이는 공시지가와 장부가액 기준으로 현 시세를 감안하면 수십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그동안 보유 건물과 부지 일부를 임대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용도로 빌려주고 임대ㆍ개발수익을 챙기는 보수적 운용에 그쳤다. 그럼에도 부동산매출이 연간 30% 안팎 성장할 만큼 잠재력을 보여줬다. 지난해에 KT가 거둔 부동산매출은 2869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부동산개발 법인을 별도 설립해 사업 초기단계부터 개발에 뛰어들면 수익성과 매출 규모 등은 더욱 호전될 전망이다. 자사 보유 부동산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마스터 플랜을 신설회사가 수립하고 나면 순차적인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KT의 부동산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눈여겨보는 시너지 분야가 바로 `u시티`다. 부동산개발 전문법인을 통해 u시티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할 경우 KT로서는 보다 효율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이석채 회장이 지난해 연말 구조조정과 올 초 모바일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내건 필승 카드는 `KT 그룹화`를 통한 계열사간 시너지 확보다. 통신사업 이후 먹을거리를 KT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높여 찾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 초 임원회의에서 "LG그룹은 LG텔레콤 외에도 전자, 부품사 등을 계열화하고 있어 통신과 에너지를 양축으로 하고 있는 SK보다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KT는 계열사 시너지 확보에 방점을 두고 이달 7일 전체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이 회장 취임 후 두 번째였으며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와 본사의 협력 방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동산 분야 전문법인 설립은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KT는 부동산 분야 전문법인을 설립해 회사 내 자산의 구조조정과 효율적 이용, 그리고 계열사간 시너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KT는 전국 326개에 달하는 전국의 전화국 지사를 200여 개 수준으로 줄이는 통폐합을 단행했다. 현재 전국 시ㆍ군ㆍ구에 한두 개씩 차지하고 있는 지사를 광역화하고 통합 후의 나머지 공간은 임대사업 등으로 전환 중이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 /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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