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드(Wired)` 저자 팻나이크 스탠퍼드대 교수

"21세기 경영 키워드는 공감(empathy)입니다. 도요타 사태와 미국 자동차 빅3의 붕괴는 공감 능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SBS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한 `와이어드(Wired, 이상 펴냄)`의 저자 데브 팻나이크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12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개인은 물론 기업이 성공하려면 세상과 소통하는 공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회의와 보고서, 자료 분석 따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이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서 와이어드에서 도요타 사태, 아이폰 쇼크, 삼성 위기론 등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해법을 `공감` 측면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공감은 무엇인가. 고객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숨은 욕구를 찾아내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남들과 공감하는 능력, 함께 생각하고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다. 팻나이크는 "기업이 성공하려면 산업별로 고객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간파해 이를 정확히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팻나이크는 "회사 밖과 소통하는 채널, 즉 연결통로,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연결통로는 반드시 공감을 토대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합리적 분석 능력이 아니라 감성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지난 3년 사이에 데이터는 현실성이 없어졌다"며 "경제위기가 오자 사람들은 이성이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해 소비를 결정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고객의 공감을 찾아낼 것인가.

팻나이크는 "컨설턴트를 고용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알아내거나 조직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기보다는 경영자나 직원이 갖고 있는 직관(intuition)에 의존하라"고 조언했다.

나이키를 예로 들어보자. 나이키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뛰고 느끼고 숨쉬며 자신들의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정확히 찾아낸다. 이를 통해 자신과 고객 사이의 일치된 `공감`을 찾아내 소신 있게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 기업의 성공은 당연한 것이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 열풍을 몰고온 것도 공감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팻나이크는 "사람들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아이디어를 자신들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스티브 잡스와의 차이는 실행의 유무에 있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시장의 공감을 찾아내 자신의 직관을 믿고 끝까지 실행에 옮겼다. 팻나이크가 이성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능력 모두 중요하다"며 "최근 3년간 감성적인 공감 능력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세계 경제는 이성적 측면에만 의존해 발전을 거듭해 왔다. 앞으로의 시대는 이성적인 측면을 토대로 감성을 주입해야 한다. 팻나이크는 "남, 즉 고객을 위한 직관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성적인 것, 숫자와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를 버려라"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공감 능력의 적은 무엇일까. 팻나이크는 "공감 능력의 가장 큰 적은 성공"이라며 "성공하는 기업들은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고객과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니가 실패한 것도 조직이 너무 복잡해지면서 소니가 제공하려는 일관성 있는 공감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은수 기자 /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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