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씨앤에스테크놀로지 회장(61)은 지난달 전 직원과 지리산에 올랐다. 산행 내내 선두를 지킨 그는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직원들에게 “2020년까지 세계 10대 반도체 회사로 성장하자”는 포부를 내비쳤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 부회장에서 중소기업 CEO로 자리를 옮긴지 두달 남짓, 김 회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체계가 잘 잡힌 대기업과 일당백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속성이 전혀 다르다”며 “벤처기업에 맞도록 스스로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중소기업 CEO로 철저하게 변화시켰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1978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현대차 기획총괄 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9월 현대 모비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12월 퇴임했다.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현대차 신화를 만든 주역이다. 그래서 지난 3월 중소 반도체 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 회장으로 부임한데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모비스 측도 사전에 알지 못한 파격 행보였다.
그는 “완성차 개발·판매만 하던 내게 엔진, 브레이크 등 차량 제어장치를 만든다는 건 새로운 도전”이라며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제품 국산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현대차 재직시절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를 눈여겨봐왔다”고 밝혔다. 씨앤에스의 고객으로서 그 성장 가능성을 높이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던 것과 직접 그 회사의 CEO가 되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사장·부사장들을 주로 만나 이야기를 했지만 앞으로는 필요하다면 구매 팀장등을 만나서 사정도 하고 프로모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크게 성장하기 위해 현대차와의 관계 유지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현대차의 지분투자설에 대해 “세계 5위권내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에서 지분 투자를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현대차에서 결정할 일이며 우리는 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취임하자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지난 1분기 만년 영업 적자회사에서 흑자 회사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주가도 5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올랐다. 그는 “우리 회사의 최종 목표는 프리스케일·인피니언·르네사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라며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반도체 제품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