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룡은 1억5000만 년 간 지구를 지배했지만 소행성 충돌이라는 대격변 앞에서 화석이 돼야만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포유류는 이후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다. 이는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일깨워준다.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라는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일고 있는 건설산업에서도 ‘변화에의 적응’은 최대 이슈다. 동양건설산업의 도전이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최초 연료전지 아파트=지난해 4월, 국내 언론을 놀라게 한 건설업계의 ‘사건’이 있었다. 동양건설산업이 세계 처음으로 공동주택에 연료전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술의 난해함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일을 국내 한 중견 건설사가 해냈다고 하니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연료전지는 도시가스나 LPG가 화학반응을 하면 열과 전기를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한 에너지원이다.
동양건설산업은 모든 건설사가 그린홈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남들과 같은 것을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차별화 없이는 시장 선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연료전지를 선택했다.
서울과 수도권이 비좁고 일사량이 부족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 지역에는 거의 모든 가정에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어 연료전지를 활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퓨얼셀파워와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기술로 만든 제품은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을 받을 정도로 효율이 높았다. 도시가스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비율인 발전효율은 35%에 달하며 폐열을 재활용하면 총 효율은 80%에 달한다. 일반 가정에서 이 설비를 활용하면 연간 20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500㎏이나 줄일 수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이 기술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볼트 68만 개, 음료 캔 2439만 개 분량의 알루미늄, 태양전지 13만 장…. 축구장 93개 크기인 신안 동양태양광발전소에 투입된 부품들이다.
동양건설산업이 지난 2008년 11월 준공한 이 발전소는 추적식(태양광 패널이 항상 태양을 향하도록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24㎿ 용량을 자랑했다. 2000억원이 투입된 이 발전소는 연간 3만5000㎿h의 전기를 생산해 1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으며 연간 2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동양건설산업은 15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시스템 제공업체인 독일 커너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태양광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2008년 대형 태양광발전소 건설 붐이 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경쟁상대가 LG솔라에너지와 삼성에버랜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양이 얼마나 과감하게 움직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쉽게도 신안 발전소 이후 동양건설산업은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고 대규모 발전단지를 건설할 부지가 마땅치 않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장비 국산화율이 부족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지원이 다시 늘어나고 국내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대한 지원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4월, 신안 발전소에서 협력했던 커너지와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기술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협약을 통해 커너지는 BIPV 관련 컨설팅 및 기술 자료를 제공하고 동양건설산업은 이를 토대로 국내 환경에 맞는 BIPV를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양사는 별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각 건축물 특성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역시 아직 상용화가 덜 된 BIPV 분야 기술을 적극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양건설산업은 그동안 축적한 태양광발전소 설치 노하우를 접목해 아파트 단지에 BIPV 설치를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해상풍력발전까지=동양건설산업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7월 한국남동발전과 동국S&C·유러스에너지재팬과 함께 ‘신안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신안군과 해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관한 공동 사업개발 협약(JDA)을 맺었다.
이 사업은 전남 신안 해상에서 6㎞ 떨어진 오도 일원에 200㎿급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컨소시엄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3㎿급 풍력발전기 70여 기를 짓는다.
동양건설산업은 이 발전단지가 준공되면 연간 16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482GWh의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준공될 경우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된다.
전남 신안 비금도·자은도 일대 해상은 수심이 얕고 양질의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해상풍력발전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현재 진행 중인 현지 투자적합성 조사가 끝나는 대로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운영도 맡을 예정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