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김반석)은 LCD용 편광판 분야에서 지난해 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후 현재까지 굳건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편광판 사업 진출 10년 만에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 니토덴코를 밀어내고 이 분야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LCD용 편광판은 노트북PC·모니터·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LCD 모듈의 핵심 소재다. 두께가 머리카락 2∼3개 정도에 불과한 0.3㎜의 초박막 필름으로, 내부에는 여러 장의 기능성 필름이 적층돼 있다. 광학·물리학은 물론이고 점착제·정밀코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편광판 시장이 고성장·고수익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선뜻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높은 기술장벽 탓이다.
LG화학은 사업 초창기 편광판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일본 기업에 기술이전을 요청했으나 일본 업체들은 기술이전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LCD 부품·소재 시장을 한국 업체와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기술이전이 여의치 않게 되자 LG화학은 자체 기술 개발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 결과 3년 반 동안의 연구개발 끝에 편광판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초기에는 선발 업체들과 품질·수율 경쟁이 쉽지 만은 않았으나 꾸준한 연구개발 끝에 약 18개월 만에 경쟁사 수준의 품질·수율을 달성했다. 지난 2002년 초에는 편광판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상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LG화학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LCD업체 모듈 공장이 주로 중국·대만에 있다는 점을 감안, 현지에서 곧바로 편광판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현재 중국 난징·베이징을 비롯해 폴란드·대만에서도 후가공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러한 고객 맞춤형 전략 덕분에 LG화학은 편광판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난 2000년 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래,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는 편광판 사업에서만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업계 최대인 2300㎜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쟁사 대비 우월한 생산성과 고도의 공정기술 확보를 통해 편광판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