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하나 씨(28)는 스마트폰으로 바꾸려고 회사 점심시간에는 명동, 퇴근길에는 집 근처 강남역 부근 대리점을 찾았다. SK텔레콤 고객인 이씨는 이동통신사와 번호 변경 없이 기변(기기 변경)만 하고, 요금제는 `올인원45`(월 4만5000원)를 택하기로 했다.
이통사를 옮기면서 아이폰으로 바꿀 게 아니라면 선택은 안드로이드폰으로 좁혀진다. 하반기에 나올 `윈도폰7`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불편한 사용자환경(UI)과 잦은 에러 등으로 윈도폰 경쟁력은 떨어진다.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한 최신 안드로이드폰은 삼성 `갤럭시A`, HTC `디자이어`, 팬택 `시리우스` 3종이다. 출고가가 91만800원으로 동일할 정도다.
이씨가 며칠 발품을 팔아 보니 대리점마다, 심지어 날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출고가에서 임의로 할인하는 가격이 대리점마다 다른 데다 그 가격마저 날마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은 처음 대리점에 나온 날 가장 높다가 이틀 지나면 2만원 빠지고, 나중에는 결국 `공짜폰` 또는 버스 환승 요금만 낸다는 의미인 `버스폰`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사들에 마케팅비를 줄이고 스마트폰 보조금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현장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씨가 다녀본 대부분 대리점들은 "지금이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할 최적기"라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디자이어가 처음 시중에 풀린 지난 10일 이씨는 명동에서 가장 큰 직영대리점 가운데 한 곳인 A대리점에 갔다. 디자이어 가격은 출고가 91만800원에서 대리점 임의로 6만800원을 깎은 85만원이었다. 여기에 연이자 5.9%(단말기 할부금)가 붙어 90만150원이었다. 대부분 대리점에서는 24개월 약정ㆍ할부를 권하고 소비자는 이를 수용하는 편이다.
90만150원을 약정ㆍ할부 개월 수인 24로 나누면 월 3만7506원. 여기서 이통사가 지원하는 대당 보조금 34만8000원/24개월(한 달 1만4500원)을 빼면 2만3006원이 된다. 이통사가 요금제별로 지원하는 보조금(올인원45는 7000원)을 또 빼면 이씨가 24개월 동안 한 달에 지불해야 할 단말기 비용은 1만6006원이 된다. 이씨는 명동 B대리점에도 갔다. 디자이어가 들어온 첫날이므로 대리점 임의로 깎아주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갤럭시A에 대해서는 7만원, 시리우스에 대해서는 10만원을 깎아줄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이틀 뒤 A대리점을 다시 찾았다. 대리점 임의로 할인해주는 가격이 이틀 만에 2만원 내려 기기 가격은 83만원으로 떨어졌다. 디자이어가 들어온 첫날 한 푼도 못 깎는다고 했던 B대리점은 이날 5만원을 깎을 수 있다고 했다. 명동역 인근 C대리점은 10만원을 깎을 수 있다고 했다.
강남역은 할인 폭이 크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 D대리점은 디자이어와 갤럭시A에 대해 대리점 임의 할인은 없으며 다만 우리은행으로 자동이체하면 은행에서 한 달에 4750원을 돌려준다고 이 방법을 권유했다. 강남역 인근 E대리점에서는 디자이어 가격을 빼줄 수는 없고, 시리우스와 갤럭시A에 대해서는 5만원씩 빼주겠다고 했다. F대리점은 모든 기기에 대해 5만원씩 빼주겠다고 했다.
최신 폰은 그래도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은 모두 공짜폰이 됐다. 모토롤라 `모토로이`는 출시 두 달 만에 공짜폰이 됐으며 LG전자 `안드로-1`도 공짜폰 대열에 합류했다. 단말기 유통가에서는 `출시 평균 2개월이면 공짜로 풀린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마케팅비를 줄이도록 행정 지침은 이미 내려 놓은 상태"라며 "3개월마다 이행 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shinyandloose / 최순욱 기자@wook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