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셜텍, 옵티컬 트랙패드로 글로벌 공략 … 삼성ㆍLG도 채택

"부품 기업의 한계는 국내 대기업 납품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기술력 하나만 있으면 세상 두려울 일 없는 법이죠. 혁신적인 제품 아이디어는 눈을 자연스럽게 글로벌 기업으로 돌리게끔 했습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휴대폰 부품생산업체 크루셜텍은 그동안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제품을 만든다. 이름도 생소한 `옵티컬 트랙패드`가 그것이다. 국내에 시판 중인 대부분의 휴대폰이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회사는 휴대폰 액정 아랫부분에 삽입되는 조그만 마우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컴퓨터에서 마우스를 이용해 아이콘을 클릭하듯이 휴대폰에서도 이 마우스 하나로 커서를 움직여 액정에 떠오른 각종 아이콘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가락으로 누르는 터치스크린 방식이 휴대폰 대세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클릭 형태 마우스를 휴대폰에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산 크루셜텍 생산공장에서 만난 이 회사 안건준 대표(45)는 이에 대해 "철저한 상호보완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마트폰 같은 최신 휴대폰에서는 풀브라이징(인터넷 화면 등이 휴대폰 액정 전체에 표시되는 것)해도 손가락으로 클릭할 인터넷 주소창이나 아이콘 등이 너무 작게 뜬다"고 설명했다. 이 때에는 오히려 컴퓨터처럼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하는 인터넷 링크나 아이콘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터치스크린 방식과 함께 쓸 수 있기 때문에 보완이 가능하다. 현재 이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크루셜텍뿐이다.

지난 2006년 12월 삼성전자의 이른바 `핑거마우스폰`이라고 불리는 제품에 첫 납품을 시작한 크루셜텍은 2008년부터 외국으로 눈을 돌려 일본 샤프와 미국 휴렛패커드, 팬텍 등에 이 옵티컬 트랙패드를 공급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캐나다 휴대폰 제조사인 림의 휴대폰 브랜드 `블랙베리`에 이 부품을 납품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 밖에도 모토롤라(휴대폰 브랜드 `디바우어`)와 대만 휴대폰 제조사 HTC(`디자이어` `레전드`), 스웨덴 소니에릭슨(`엑스페리아`)에도 지난해부터 크루셜텍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이제 삼성전자 `옴니아1`과 LG전자 `맥스` 휴대폰에서도 크루셜텍 마우스를 볼 수 있다. 특히 이달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림의 `블랙베리`와 HTC의 `디자이어`ㆍ`레전드`,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에서는 크루셜텍이 만들어 붙인 옵티컬 트랙패드를 만나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이 부품은 사실 아이디어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컴퓨터 마우스를 휴대폰에 들어갈 만큼 작게 만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이를 실행한 것 자체가 크루셜텍의 기술 혁신이라는 말이다.

옵티컬 트랙패드는 가로 세로 길이가 5.5㎜ 정도이고 두께도 1.9㎜에 불과하다. 그는 "일반적인 컴퓨터 마우스 아래에는 붉은빛이 깜빡이는데 이러한 이미지 센서가 마우스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이를 휴대폰에 넣을 만한 최소 크기로 만드는 데 미세한 나노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광모듈회사 기술임원(CTO)을 거쳐 지난 2001년 크루셜텍을 세운 안 대표는 5년간 기술개발 끝에 2006년 옵티컬 트랙패드를 세상에 내놨다.

2006년 제품 개발 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2007년 52억원 매출에 9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622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을 기록했다. 2년간 매출 성장률은 무려 1000%가 넘는다.

요즘 안 대표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기술 자부심 하나만은 지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모토롤라나 노키아는 크루셜텍에 대거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기술 독점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단호히 거부했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기술을 쉽게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매일경제, 아산 =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