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태펀드 자금을 수혈받은 벤처기업 수가 1000개사를 돌파했다. 2005년 펀드 출범 후 5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1000개 벤처가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펼쳐야 진정한 벤처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일 관련 정부당국 및 업계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정부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결성한 민간 벤처펀드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 수를 총 1009개사(추정치)로 파악했다. 모태펀드가 출범한 2005년 127개사를 시작으로 2006년 245개사, 2007년 462개사, 2008년 672개사, 작년 말 930개사였다. 올해 들어 매월 20개사 안팎이 증가했으며 3월 말 기준 985개사였다. 지난달에는 24개사가 추가로 투자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 업체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 말 1013곳으로 1000개를 돌파했지만, 중복 투자 업체를 제외할 경우 지난달 1000곳을 넘었다.
주요 투자업종(중복 포함)을 보면 정보통신이 37.1%(376개사)로 가장 많았다. 문화콘텐츠를 포함한 기타가 30.6%(310개사), 그리고 일반제조와 바이오·에너지가 각각 23.4%(158개사)와 8.9%(90개사)였다. 금액기준으로 지난해 말 기준 1조8324억원을 투자했다. 정보통신이 33.3%(6109억원)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제도(29.6%), 기타(28.3%). 바이오·에너지(8.8%) 등의 순이다.
모태펀드는 우리나라에서 벤처 열기가 계속 유지되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함께 미국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176억8000만달러로 전년 279억9200만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준 데 비해 우리나라는 8671억원으로 전년도(7247억)보다 1400억원가량 크게 늘었다. 정부 모태펀드가 공격적인 출자로 민간 벤처펀드 조성에 나선 결과다. 지난해 전체 결성 벤처펀드 74개며 모태펀드가 참여한 펀드는 52개로 무려 70%를 넘었다. 지난해 모태펀드에 투입된 예산규모는 3650억원으로 전년도인 2008년 800억원의 4배를 넘었다. 2005년 펀드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도용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민간 투자시장이 잘 안 돌아갈 때 모태펀드가 엔진역할을 해 벤처투자가 이어졌다”고 평가하며 “정부 자금을 지속적으로 신생 벤처기업 탄생에 지원하는 동시에 규모 있는 중견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용어설명>모태펀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에 정부가 출자하는 펀드다. 그래서 ‘펀드의 펀드(Fund of Fund)’로 불린다. 정부가 기술 이해도가 떨어지는 벤처기업에 대해 직접이 아닌 민간(벤처캐피털)을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해, 정부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정부는 대신 주기적으로 벤처캐피털을 평가한다. 지난해와 같은 경기침체기 민간에서 위험자본인 벤처펀드 출자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모태펀드가 벤처펀드 결성을 주도함으로써 벤처펀드 결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