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절대 강자 노린다

세계 투자의 절반…50% 점유율 달성?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사업장 현장 방문에 맞춰 발표한 사상 최대 18조원의 시설 투자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놓여 있다. 5조원 규모의 LCD 투자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메모리 투자 규모는 타 경쟁사를 압도한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 투자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호황으로 숨을 돌리는 후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어쩌면 ‘쓰나미’ 같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계 메모리 투자의 절반=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최근 조사한 세계 메모리 기업 올해 총투자규모는 154억달러(17조7000억원)다. 삼성전자는 전체 투자 규모의 3분의 1 수준인 56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9조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메모리 분야 전 세계 투자 예상치의 거의 절반 수준까지 높아지게 됐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규모는 후발기업에 ‘우리가 이렇게 과감히 투자할 테니 들어올 테면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치킨게임에서 겨우 벗어나 투자 여력이 없는 후발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10% 룰을 깬다=PC 산업에는 10% 룰이 있다. PC 원가 비중에서 메모리가 최대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을 뜻한다. 만일 메모리 가격이 강세여서 10%를 초과하면 PC기업들은 메모리 용량을 줄이거나 메모리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에서 모두 1위 기업이지만 점유율은 각각 32%, 39%에 그친다. 그러나 CPU나 OS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PC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닌 스스로 가격을 정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차이가 절대적인 시장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했다고 본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려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유지하는 ‘초격차 전략’을 앞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복귀로 이 같은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50%까지 높인다=삼성전자의 투자 증액으로 메모리 호황은 예상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위 그룹군인 하이닉스·마이크론·도시바 등도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까지 메모리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내년 후반부터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50% 점유율에 근접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과 낸드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높이는 한편 향후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박영주 위원은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투자 기조를 유지한다면 내년 말에 매출액 기준으로 D램과 낸드에서 40% 후반대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분야 투자에 2조원을 투입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인텔이나 TSMC와 같은 회사들의 투자 규모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나 삼성전자가 올해 투자 계획이 거의 미미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육성의지로 읽을 수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