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임원직급 없앤다

두산그룹이 기존 임원 직급을 없애는 등 인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6월로 정기 인사도 앞당기기로 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6월 임원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기존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직급 대신 `담당` `부문장` 등 업무 중심 직책으로 통합키로 했다. (주)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3대 계열사 임원이 주요 대상이다.

두산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존 임원 직급 체계가 `글로벌 두산`의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이후 본격적으로 임원 직급ㆍ직제 개편을 추진해왔다"며 "직급 서열을 파괴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위주 시스템 도입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대내외적인 파장을 고려해 당분간 임원 호칭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임원 직급 및 호칭 대신 `담당-부문장-CEO`로 통칭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001년 도입한 비즈니스별 사업부제(Business Group)를 살려 인사개편 이후에도`담당-부문장-BG장-CEO`로 유지된다.

통상 12월에 발표된 임원 정기인사도 앞으로는 6월에 시행한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연말에 전략회의 등 장기 계획을 짜는데 12월 인사로 그동안 준비했던 담당 임원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며 "업무 연속성과 효율을 위해 올해부터 임원 인사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박용현 회장은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강화와 함께 대내적으로 임원 조직 개편을 강조해왔다. 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그룹의 인사ㆍ조직개편과 관련해 맥킨지 출신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7월 인사담당 전문가인 찰스 홀리 전 서버러스 캐피털 홍콩법인 아시아운영 총괄담당을 지주부문 인사총괄 사장(CHRO)으로 선임했다. 또 올해 초 맥킨지 출신 이성훈 이사(인사담당)를 영입해 두산중공업 상무로 발령했다. 이 상무는 중공업 내 인사관리 담당부서인 GHR팀장을 맡고 있다. 이들이 주요 계열사의 인사와 조직에 대해 검토해 오너들에게 보고했고 이번 임원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두산은 하반기 `임원 직급 파괴`와 함께 일반 직원들의 직급 체제도 개선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팀장을 제외한 `사원` `대리` `과장` 등 직급을 하나로 통칭한다는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룹 내 직원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화되면서 협업에 있어서 직급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보상이나 평가시스템에서 연봉ㆍ성과체제로 바뀐 만큼 직급 파괴 제도도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