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갈비탕 먹으며 직원과 소통

이건희 삼성 회장의 현장 경영에 속도가 붙었다. 삼성특검으로 2년 가까이 현업을 떠난 이 회장이 지난 3월 24일 경영에 복귀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스피드 경영과 공격 경영의 전면에 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6일간 유럽에 출장을 갔다온 후부터 굵직한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신사업 사장단회의를 열어 앞으로 삼성을 먹여 살릴 5개 신수종 사업을 확정했다. 17일에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 들러 임직원식당에서 사원 대표들과 갈비탕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스킨십을 나누며 적극적인 소통 경영을 펼쳤다. 복귀 후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현 상황을 진단한 이 회장은 이후 위기 타개를 위한 방안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삼성 임직원을 향해 심오하고 큰 줄거리의 의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차례차례 내놓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화두는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태양전지를 비롯해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에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주문했다. 이들 신사업 분야에서 2020년이 되면 연간 50조원의 매출을 올리도록 세부적인 플랜을 짜도록 했다. 4만5000명의 인력을 새로 고용해 사회적인 책임도 다하도록 지시했다.

17일에는 두 번째 화두로 `글로벌 기회 선점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선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화성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이 회장은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그룹에도 성장의 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일본 소니와의 수뇌부 회동은 벌써부터 예약된 상태다. 방한하는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을 24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한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 /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