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인 삼성SDS 사장이 임원진과 함께 영상회의를 진행할 당시 얘기다. 회의 중간에 김 사장은 기술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승안 전무에게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근무 시간, 형태, 복장에 제약받지 않고 창의적인 아이템을 발굴하는 별도 팀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올해 초 삼성네트웍스와 합병 이후 신성장동력인 컨버전스(융합)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업무 형태에서 완전히 탈피해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와 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후 두 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새로운 팀이 탄생했다. 김 사장은 직접 이 팀의 이름을 `크레이지 컨버전스 센터(CCCㆍCrazy Convergence Center)`라고 지었다. 미칠 듯한 각오로 업무에만 몰입해 가시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라는 의미였다.
삼성SDS가 새로운 인사 실험에 돌입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CCC란 이름의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IT 신기술을 기반으로 컨버전스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5명의 직원이 24시간 근무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만들었다. CCC TF를 지원하는 인사ㆍ총무팀을 별도로 구성해 업무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1년차 과장급 이하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 작업을 거쳐 최종 5명의 직원이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최근 선발됐다. 김 사장의 별난 제안에 대한 직원들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SDS 기술본부 관계자는 "사내 게시판에 `왜 직급이 높은 직원들은 지원할 수 없느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조직 문화 혁신에 대한 직원들 갈증이 적지 않았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선발은 3단계로 구성된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 1차에서 서류전형으로 우선대상자를 선발한 데 이어 2차 온ㆍ오프라인 면접, 3차 창의성테스트까지 신입사원 채용과정 못지않았다는 후문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 등 프로그램 개발 경험이 있거나 각종 블로그에서 IT 기기 얼리어답터로 활동하며 모바일 분야에 관심이 높은 직원이 선발 기준이었다"며 "당장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실전 인력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선발된 인원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근무하게 된다. 일정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정해놓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원한다면 한밤중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복장에 대한 규제도 완전히 철폐했다. 의상, 신발, 머리 모양에 이르기까지 전혀 제한이 없다.
회사 측은 모바일 아이디어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외국 출장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트렌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CCC팀 1기 활동이 끝나면 내년 초에 2기를 발족시킬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전폭적인 자율성을 부여받은 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쏟아낼 것으로 본다. 직원들을 구속하지 않고 정해진 틀에서 일탈해 `창조DNA`를 일깨우는 것이 최근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했다. 최근 SAS, 구글 등 일하기 좋은 직장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매일경제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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