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대규모 설비 투자 발표로 반도체와 LCD 공정용 장비 생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7일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및 LCD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올 한 해 반도체에 11조원, LCD에 5조원을 각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업설명회를 통해 밝힌 투자 규모(반도체 5조5000억원ㆍLCD 3조원)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날 발표로 반도체와 LCD 장비업체들의 2010년 실적과 주가도 당초 예상보다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진성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투자가 많아야 8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관련 업체들은 모두 수혜를 입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장비주들의 2010년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언저리까지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3월 이후 종목별로 많게는 100% 이상 급등하면서 불거진 고평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치다.
중장기 실적 전망은 더 양호하다. 이종민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IT경기가 2~3년간 호황을 누릴 것이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관련주들의 중장기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수혜주 역시 광범위하다. 몇몇 업체가 수혜를 독점하기보다는 삼성전자 투자로 인한 과실을 다같이 나눠 갖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국내 장비업체들 간 분업화가 잘 이뤄져 동일한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주 중에서는 AP시스템 아이피에스 아토 유진테크 이오테크닉스 등이 유망주로 추천받았다.
홍정모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증착장비 전문업체인 아이피에스는 반도체뿐 아니라 LCD와 태양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스 캐비닛과 화학기상증착 장비 전문업체인 아토와 유진테크는 삼성전자의 장비 국산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으로 꼽혔다.
LCD 장비 관련주 가운데서는 DMS를 꼽은 전문가가 많았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던 DMS가 이번 라인 증설부터 삼성전자와도 거래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LCD 세정장비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업체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