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이 56% 가량 급성장하는 활황세를 보였지만 국내 주요 팹리스 업체들은 지난 1분기 1% 성장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군이 단순하고 회사 규모가 작아 자금·개발·유통망에서 모두 밀리는 중소기업 위주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업계 일부에서는 기초 체력이 약한 국내 팹리스 업계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지 조사 결과 지난 2009년 1분기 매출 규모 기준 상위 10개 팹리스 업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총 20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94억원에 비해 약 1%(22억원)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은 각각 5개사로 동일했다.
엠텍비젼은 396억원에서 278억원으로, 티엘아이는 228억원에서 196억원으로, 에스이티아이 역시 227억원에서 162억원으로 하락했다. 텔레칩스와 네오피델리티도 지난 1분기 매출이 각각 25억원, 6억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실리콘웍스는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5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실리콘화일(176억원·10%), 아이앤씨테크놀로지(134억원·24%), 피델릭스(121억원·33%), 넥스트칩(92억원·30%) 등도 매출이 증가했다.
국내 업체의 저조한 성장과는 달리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어닝서프라이즈나 국내 대형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50%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는 전혀 별개로 움직인 셈이다.
이처럼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어닝 서프라이즈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유는 제품군이 단순하고 회사 규모가 작아 연구개발(R&D)이 지연돼 신제품 출시가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엠텍비젼은 AP 신제품 개발 지연에 따른 고객이탈, 티엘아이는 제품 교체가 지연돼 매출이 감소했다. 원화강세도 매출 감소의 한 요인이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원화 환산 매출액은 줄어들었다. 산업 구조가 ‘승자 독식’ 형태를 보이는 반도체 업계의 특징도 있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IT경기 호황은 중국 내수 시장이 이끌고 있는데 자금·유통망에서 밀리는 중소 기업이 그 시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다”며 “각 분야 선두 업체들이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다 가져가고 그 효과가 중소 팹리스 업체에까지 파급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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