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현장을 가다-차의 스마트한 진화

지난 5월 독일 뮌헨의 한 도심 주차장. 차 트렁크에 가방을 실은 폴 밀러 씨는 운전석 앞문을 열려는 순간 차 열쇠가 가방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휴대폰을 꺼내 BMW 콜센터로 전화한 밀러 씨는 4가지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뒤 차 문을 바로 열 수 있었다. 콜센터 직원이 위성을 통해 밀러 씨의 위치를 확인하고 차 문을 열어준 덕분이다. 긴급출동 서비스를 애타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는 BMW가 제공하는 `커넥티드 드라이브(Connected Drive)` 서비스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동차와 첨단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운전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이 기술은 외국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스마트카를 한껏 구현한 게 특징이다.

이 기술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기능 중 하나가 `이머전시콜(Emergency call)`이다. BMW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이머전시콜 기능은 충돌사고로 1분 1초가 급할 때 신속한 대처를 돕는다. 거센 외부 충격으로 차량 에어백이 터지면 위성을 타고 24시간 콜센터에 자동 연결된다. 콜센터는 이미 등록된 운전자의 휴대폰 번호로 연락해 운전자의 응답이 없으면 응급차와 의사를 사고 현장으로 급파한다.

BMW 뮌헨 본사에서 커넥티드 드라이브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에카르트 슈타인마이어 부문장은 "차의 좌석마다 센서가 달려 있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고 차량에 탑승했는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250유로가 부과되는 이 서비스의 사용 실적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 걸쳐 2만5000여 차례나 된다.

차량 점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패드, 엔진오일, 타이어 등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교체 시기를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 BMW 등록 정비소가 소모성 부품의 교체 타이밍을 파악해 차 주인에게 연락해준다.

매일경제 특별취재팀은 첨단 IT로 중무장한 BMW 차량에 직접 올라 추가 기능을 체크해 봤다. 차 안의 모니터를 켜고 BMW 24시간 콜센터에 연결했다. 잠시 후 한 직원이 인사말을 건네자 가장 가깝고 괜찮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어딘지 물었다.

콜센터 직원은 "2㎞가량 떨어진 곳에 라카지나라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말한 뒤 식당 영업시간, 메뉴, 가격 등을 알려줬다. 콜센터 직원에게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차 안에 부착된 내비게이션 화면에 길안내 정보가 바로 떴다. 따로 길찾기 검색을 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레스토랑으로 이동하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날씨가 궁금해졌다. 차 안에서 현재 날씨를 물으니 해당 지역의 온도와 기상 여건 등을 친절히 알려주는 콜센터 직원의 안내 음성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에카르트 슈타인마이어 BMW 부문장이 이머전시콜, 인터넷검색, 24시간 콜센터 등 BMW 차량에 구현된 IT 융합기술을 차례로 설명하고 있다. <황인혁 기자>



커넥티드 드라이브로 취득할 수 있는 편의 정보는 이뿐 아니다. 가장 가까운 약국, 주유소, 주차장, 현금 출금기가 어디에 있는지 즉석에서 파악할 수 있고 극장 상영 프로그램도 확인할 수 있다.

BMW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능도 편리함을 더해준다. 운전자가 계기판을 내려다볼 필요 없이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가 운전자 정면에 가상으로 보인다. 운전 도중 계기판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어 안전하다.

슈타인마이어 부문장은 "2008년 11월부터 개시된 인터넷 서비스도 자동차와 IT의 접목 사례"라며 "차 안에서 피자집, 약국, 극장 등 원하는 곳의 전화번호와 인터넷주소를 찾아볼 수 있고 지도찾기도 바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MW의 커넥티드 드라이브 프로젝트팀에는 100명가량의 전문인력이 근무 중이며 이 중 IT 전문가만 10여 명에 달한다. BMW는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에 적용하고 있고 향후 2~3년 내에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자동차+IT` 융합 트렌드는 수출 장벽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유럽국가는 이머전시콜 기능을 전 차량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산 차가 이 같은 글로벌 CIT 추세에 뒤처질 경우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BMW뿐 아니라 대다수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IT 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BMW가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벤츠, 렉서스, 볼보 등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매일경제 특별취재팀=김성회 산업부 부장 / 황인혁 모바일부 기자(독일 뮌헨) / 손재권 기자(스웨덴 스톡홀름) / 황시영 기자(미국 뉴욕) / 홍장원 기자(뉴질랜드 웰링턴ㆍ남아공 요하네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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