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이 18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그룹 최고경영진과 디자인 부문 최고책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경영간담회"를 개최한 뒤 LG전자가 개발한 3D TV용 안경을 착용하고 3D TV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LG>
LG그룹 수장인 구본무 회장이 그룹의 핵심 경영진 20여 명을 이끌고 18일 오전 9시께 서초 연구개발(R&D)캠퍼스의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 들어섰다. `디자인경영 간담회`를 주재하며 디자인 전략을 보고받은 구 회장은 바로 휴대전화ㆍ노트북 전시관으로 발길을 돌려 새로 출시될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손으로 들어보며 꼼꼼히 살폈다.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구 회장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얇아지는 게 추세입니다"라고 실무자들에게 의견을 말했다.
구 회장의 발길은 요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3D(3차원 입체) TV 등이 놓여 있는 AV전시실로 향했다. 앞으로 출시될 첨단 TV 등을 둘러보던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TV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은 얇고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 같으니 그쪽으로 신경 써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생활가전 전시장으로 들어간 구 회장은 이번에는 출시 예정인 냉장고 문을 일일이 열어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또 청소기는 아예 분해해 보기까지 했다. 구 회장은 "냉장고나 청소기 등이 고객 눈높이나 사용 습관 등을 충분히 감안해 설계ㆍ디자인되고 있죠?"라고 반문해 실무자를 긴장시켰다. 그는 이어 "고객 눈높이에 맞춘 `사용자 경험 중심` 디자인을 위해 노력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날 구 회장의 디자인경영센터 방문은 오전 9시부터 11시 45분까지 진행됐다.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과 디자인부문 최고책임자 20여 명이 동행했다.
구 회장뿐 아니라 동행한 사람들도 모두 하나같이 `분` 단위로 움직일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다. 이들이 반나절의 시간을 할애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구 회장과 LG그룹이 `디자인경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LG그룹은 `고객가치`를 실현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가 디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200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디자인경영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또 이날 구 회장을 수행한 경영자들도 단순히 돌아보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며 실무자에게 질문과 의견을 전달했다. 스스로 디자인 신경향을 공부하며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날 구 회장은 "최고의 완성도를 향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품격이 다른 디자인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간담회에서는 LG의 디자인 핵심 컨셉트 변화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LG그룹은 향후 몇 년간 LG전자,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등에 적용될 디자인 컨셉트를 `사용자 경험 중심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이는 스마트폰, 3D TV 등 소비자 경험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제품이 늘어난 것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감성적 스타일만을 중시하는 데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3D TV 등에서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 중심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LG의 디자인은 △2006년 이후 초콜릿폰ㆍ프라다폰 등으로 대표되는 `감성 디자인` △2008년 이후 롤리팝폰ㆍ보더리스TV 등으로 대표되는 `고객 인사이트 디자인` 등에 이어 `사용자 경험 디자인`으로 진화하게 됐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