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티지(Shortageㆍ공급 부족)와의 전쟁.`
TV와 조명 등에 들어가는 LED칩을 생산하는 삼성LED는 1년 365일 증설 투자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 라인 1개(3라인)를 임차해 사용하는 삼성LED는 늘어나는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장비를 들여놓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을 삼성LED가 추가로 임차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LED의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보다 160%가량 늘어난 1조6606억원, 영업이익은 300%에 육박하는 2549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회사가 LED칩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 드라이버IC 구하기 `전쟁`
= LCD와 반도체 등 핵심 IT 부품이 글로벌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LCD패널 업계의 경우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 부품은 드라이버IC다. 이는 LCD 패널에서 각 화소의 색상과 밝기를 지정해주는 반도체로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다.
LCD 패널의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제어해야 하는 화소의 숫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드라이버I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최근 고화질 3D TV와 LED TV 판매가 늘고 휴대폰용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드라이버IC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반면 공급은 이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드라이버IC가 수년간에 걸친 경쟁 심화와 판매가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매우 낮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가장 늦게 물량을 늘리는 분야가 바로 드라이버IC다.
드라이버IC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지난달부터 가격이 15%나 올랐다. 조만간 50% 이상 뛴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드라이버IC뿐 아니라 LCD 패널에 핵심인 광학필름과 유리기판(글라스) 공급 부족도 지속되고 있다. 광학필름은 까다로운 공정이 없어서 손쉽게 증설이 가능하지만 이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장비인 열풍기 등의 부족으로 공급물량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도 여전하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주문량의 70%를 겨우 채우는 실정이다.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PC업체들이 이를 PC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종전보다 반도체 용량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이래저래 PC 가격 상승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부품 부족으로 3D TV도 차질
= LCD패널 업계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삼성전자의 3D TV 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3D TV 출시 이후 현재까지 27만대를 판매했다. 상반기까지 6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3D 패널만 제대로 공급됐으면 상반기에 100만대는 너끈히 넘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윤부근 사장은 "3D TV에 필수인 240㎐ 응답속도를 가진 3D LED 패널 공급이 너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는 장비 공급 부족으로 추가 투자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선발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난야와 이노테라 등의 대만 업체들은 사실상 `올스톱`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반도체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네덜란드 ASML의 이머전 장비다. 이는 물의 파장을 이용해 반도체 회로도를 그리는 것으로 기존 노광 장비보다 더 미세한 공정이 가능하다. 50나노급 이하 미세 공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수 장비에 속한다.
연간 ASML이 생산하는 이머전 장비는 60대 안팎이다. 연간 생산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6개월 전에 사전 예약을 해도 제때 물건을 받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대당 700억~800억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쉽게 주문을 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일단 사고 보자`는 분위기 때문에 입도선매 현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만 반도체 업체 사람들이 국내 업체를 찾아와 이머전 장비 `사재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 부품 조달 위해 적도 친구로
= 부품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경쟁업체에서 물건을 조달하는 사례도 생겼다.
삼성전자는 LCD에 필요한 편광판 공급 부족이 심화되자 최근에는 경쟁그룹인 LG화학에서 이를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 자회사로 있는 에이스디지텍에서 편광판을 공급받고 있는데 TV 쪽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LCD 유리기판 부족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계열사인 LG화학의 유리기판 생산을 독촉하고 있다. LCD 유리기판은 유리 소재로 만든 투명기판으로 그 위에 전극과 회로도가 심어져 LCD 패널로 만들어진다.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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