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6>3D 장비·솔루션 국산화

[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6>3D 장비·솔루션 국산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3D 기술 강화를 위한 정부 계획

<6> 3D장비·솔루션 국산화

 한국이 세계 3차원(3D) 영상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19일 대구육상경기대회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를 통한 3D 시범 방송이 시도됐다. 월드컵도 3D 중계가 이뤄질 전망인데다 위성방송·케이블 등 유료방송도 3D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는 내로라하는 디스플레이 기업도 포진해 있다.

 그러나 3D 영상 산업 성장으로 인한 연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 든다. 3D 산업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전후방 산업의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3D 영상을 만들어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장비와 솔루션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기술은 2D에서 3D로 컨버팅하는 기술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인도, 중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3D 영상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이들이 3D 관련 기술 라인업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카메라에서 디스플레이까지 보유한 핵심 기술을 통해 산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기업도 3D 영상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방송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제작과 관련된 기초 기술 축적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

 ◇글로벌 기업, 카메라에서 디스플레이까지 장악=3D 입체 영상은 왼쪽·오른쪽 영상을 모두 담아야 해 기본적으로 렌즈가 두 개인 카메라 또는 카메라 두 대가 필요하다. 이를 합성하는 기술, 보정하는 기술, 컴퓨터 그래픽과 합성하는 기술 등 모든 면에서 2D 영상과 차이가 난다. 즉 3D 영상 제작을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와 솔루션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느끼는 3D 입체 영상과 2D 영상의 차이는 디스플레이와 안경 정도지만, 제작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송출하는 데에는 2D 영상 장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3D 영상 제작을 위한 대부분의 장비와 기술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NAB쇼에서는 소니·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이 공격적으로 3D 관련 전체 워크플로를 제시했다. 소니는 카메라를 비롯한 제작 장비부터 편집 장비, 디스플레이까지 모든 솔루션을 선보였다. 3D를 지원하는 박스형 카메라, 3D 박스 프로세서, 3D를 지원하는 스위처 등 제작을 위한 장비는 물론이고 3D 제작툴 등 소프트웨어도 소개했다. 3D 촬영을 위한 3D 중계차까지 선보였다. 중계차는 카메라 18대가 장착된 세계 최초의 풀 3D 중계차다. LED로 만든 대형 3D 디스플레이도 전시했다.

 파나소닉도 3D 카메라, 3D 캠코더, 디지털AV믹서 등 3D 영상 제작에 필요한 솔루션을 갖췄다. TV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도 물론이다. 파나소닉은 NAB에 스튜디오를 통해 실제로 현장에서 파나소닉 장비로 3D 입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파나소닉이 선보인 캠코더는 3D 제작에 필요한 많은 기능을 내장해 3D 영상 제작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전통적인 방송장비 기업들은 3D 장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서둘러 기존 장비를 3D 장비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글라스밸리는 3DTV 방송 중계를 위한 인코더로 스포츠 중계에 사용하기 위한 인코더와 소프트웨어를, 콴텔은 3D 서버 워크플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방송장비 기업인 해리스는 방송사가 3D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송출을 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필요한 기술을 갖췄다. JVC에서는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컨버터를 소개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중소 기업도 방송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스는 3D 관련 교육커리큘럼을 갖춰 누구나 3D 기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벤처 기업이 이곳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자사의 기술도 시험해 볼 수 있다.

 ◇장비 국산화 발등의 불=국내 업체도 서둘러 3D 제작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티브이로직은 세계 최초로 OLED를 사용한 3D 제작 모니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모니터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 모니터를 보더라도 선명하게 영상을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각이 넓으며, 응답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10만 대 1의 명암비와 낮은 소비전력도 강점이다. 미국 방송 관련 잡지 3개가 이 제품에 상을 주었다. 레드로버도 3D 장비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고해상도 3D 방송 촬영용 모니터와 3D 카메라 시스템 리그 등이 주요 제품이다. 촬영용 모니터는 기존 3D 모니터와 달리 3D카메라로부터 받은 신호를 3D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중간장치를 거칠 필요가 없다.

 파버나인코리아도 3D 모니터와 3D카메라 리그 등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파버나인코리아가 개발한 리그는 두 개 카메라 간격을 조정하고 간격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 좌우 두 개 영상의 초점을 흔들림 없이 촬영하기 위해서는 리그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는 있지만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기는 버겁다. 전자부품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3D 방송 장비·카메라 수준은 선진국의 60% 정도밖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제작 장비, 콘텐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일본은 무안경 TV, 홀로그램 등 원천 기술에 주력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은 공동 프로젝트가 활성화됐다. 이들과 달리 국내 3D 기술력은 중소 기업이 개별적으로 나서는 게 전부다. 원천 기술 확보도 크게 뒤질 뿐더러 아예 국산화 자체가 되지 않은 기술도 많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내에도 3D 장비 개발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