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에서 태동한 미래학을 동아시아의 정서로 이해하자면 의(義)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서구의 미래학은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고, 우리식으로 풀어보면 좀 더 옳은 것을 실현하려는 마음이다.
대안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바꾸려는 미래학의 정신은 공자의 “정의로운 일을 보고도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라는 가르침과 통한다(논어 위정편). 이 때문에 서구의 미래학이 동양으로 건너오면 현재학이 된다.
‘지금’ 무엇을 해야 옳은 일인지 탐색하기에 그렇다.
현재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관계의 개선이다. 너와 내가 서로 자라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게 미래이고 비전이다.
창의력도 좋은 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개혁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몸부림이다. 의(義)의 의미가 “서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인 것은 이런 선순환의 관계지향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우리의 자산이 미래에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영화배우 박중훈씨는 연예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마당발로 통한다.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요즘 같은 세상엔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며 “한번을 만나도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팬들과의 관계 맺기에도 열심인데, 매일 매시간 3만 명과 트위터에서 수다를 떤다. 트위터에서 그는 전날 먹은 음식, 숙취 해소하는 법, 살빼기 위해 운동하는 시간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팬들과 주고받는다.
물론 그는 유명 영화배우다. 그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한 배우라고해서 3만명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박중훈만의 매력이 있을 것인데, 나는 그가 의(義)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맡은 배역은 대부분 사회에서 실패한 인생이지만 의로운 마음만큼은 끝까지 간직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소수정당인 진보신당의 노회찬 의원을 지지한 것이 그렇다.
미래의 부(富)를 결정짓는 요소는 많겠지만, 그 중 하나는 누가 얼마만큼의 발신력(發信力)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물질대신 이야기를 소비하려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나는 파워맨이 되고, 부자가 된다. 그런데 이 발신력에는 의(義)라는 요소가 숨어있다.
의로운 사람으로 알려져야 발신력이 유지되고 확장된다.
예컨대 요즘 의로운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는 김제동씨는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웃음이란 말에는 공익이 포함돼 있다”며 서로 배우는 웃음을 추구한다.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은 말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앞에 ‘의로운’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지금도, 미래에도 성공한 삶이라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