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꼬박꼬박 내는 자동차 보험료는 항상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법적으로 자동차보험을 가지게 되어 있고, 또한 혹시 있을 수 있는 자동차 사고에 대비해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항상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의 자동차 보험은 어떤 모습일까? 전통적인 자동차 보험은 과거의 운전경력과 그 외에 운전자의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요소를 근거로 해서, 안전한 운전자와 위험한 운전자로 구분되는 차별된 마켓을 구성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이렇게 해서 안전한 운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위험한 고객에게는 위험 프리미엄을 첨가한 고가로 보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자동차 보험의 비즈니스 모델 문제는 아무리 과거의 자료를 이용해도 결코 완벽한 위험 프리미엄을 산출해 낼 수가 없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시시때때로 바뀌는 도로상황과 날씨로 인한 사고위험을 고려할 수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사용빈도와 관계없이 보험료를 고정적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세워놓아도 여전히 똑같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비효율성이 있다. 따라서 이왕이면 자동차를 더 이용하게 되고, 이는 교통체증과 공해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내게 된다.
앞으로 자동차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으로 인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면 과연 이와 같은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자동차에 내장된 센서정보와 인터넷에 이미 호텔과 비행기표를 위해 존재하는 역경매시장을 접목하면 그와 같은 혁신적인 모델의 디자인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자동차 보험을 소유를 위한 부분과 운행을 위한 부문으로 구분해야 한다. 소유보험은 최소한의 고정경비로 자연재난과 도난에서 오는 피해를 커버해 줄 것이다. 이와 달리 운행보험은 운전자가 매번 자동차를 운행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각기 다르게 산출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운전자가 목적지를 입력하면 운전자를 대표하는 인텔리전트 에이전트가 인터넷을 통해 운행보험을 구입할 수 있는 역경매시장에 그 목적지 정보를 제출하게 된다. 운행보험 역경매시장에 참가한 보험회사들은 목적지와 운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그 경로에서 과거에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사고기록, 현재 교통 상황, 날씨, 그리고 운전자의 운전패턴과 경력을 근거로 하여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최저의 운행보험료를 실시간으로 제출하고, 이 중에 가장 좋은 조건의 계약을 인텔리전트 에이전트가 선택하게 될 것이다. 운행기간이 긴 장거리 여행의 경우에는, 운행구간을 나누어서 여러 차례의 운행보험을 경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운행보험의 경매는 운전자가 설정해 놓은 기본조건을 바탕으로 운전자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실행된다. 물론 소유보험을 제공하는 보험사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같은 구간을 날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출퇴근 운행보험을 할인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미래의 자동차 보험은 과거의 자동차 보험에 들어가 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하여 소비자와 보험회사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