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공세에 맞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히타치ㆍ도시바ㆍ산요ㆍ무라타 등 30여 개 일본 중견 반도체 업체들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LSI)를 소량 생산하는 데 적합한 초소형 생산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시스템LSI는 각종 디지털 기기를 작동ㆍ제어하는 반도체로 휴대폰이나 노트북컴퓨터에 들어가는 각종 CPU칩이 대표적이다.
시스템LSI는 디지털카메라 등에 많이 사용되며 시장 규모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선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분야다.
2014년을 목표로 일본 기업이 연합해서 짓는 생산 시스템은 라인당 5억엔(약 62억원) 규모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통상 반도체 라인당 500억엔(약 6200억원)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서는 지름 200~300㎜의 실리콘웨이퍼 대신 지름 12.7㎜의 극소형 웨이퍼를 사용해 제품을 생상한다. 설치 면적도 첨단 반도체 공장의 20분 1인 농구 코트 절반 크기로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중견 반도체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투자하기에는 금액 부담이 있어 회사들이 연합해 소형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라며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일본 중견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펼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바와 엘피다 등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도시바는 오는 7월 미에현에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 용지에 제5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반도체 부문 투자도 지난해의 2배인 1600억엔(약 1조9900억원)으로 확대했다. 도시바는 시설 확대를 통해 올해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 대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 D램 업체인 엘피다도 올해 설비투자를 당초보다 160% 확대해 생산 공정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