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홍 LS그룹 회장 `도시락 소통`

"국외 마케팅은 `존 쿠(John Koo)`가 책임질 테니까 여러분은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과 그룹 내 시너지 효과 창출에 신경 써주세요."

구자홍 LS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점심 도시락 토론`에서 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이 발언 중 존 쿠는 구 회장 본인이다.

구 회장이 최근 스마트그리드 연구원들과 도시락 토론을 통해 사내 소통과 신성장동력 아이디어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LG상사, LG전자를 거치며 국제감각과 해외 네트워크를 쌓은 구 회장의 명함에는 `존 쿠`라는 영문 이름도 새겨져 있다.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경험을 사내 소통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올해 들어 연구ㆍ토론 모임인 `스마트그리드 클럽`을 만들어 매달 1회씩 도시락 미팅 시간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LS산전ㆍ전선ㆍ엠트론 등의 연구원 10여 명과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LS그룹 관계자는 "주로 연구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지만 해외 출장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며 "연구원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점심시간을 활용해 자유롭게 소통한다"고 말했다.

최근 구 회장은 `도시락 미팅` 등 사내 소통을 통해 중국시장 공략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지난 4월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스마트그리드 시장에 진출했다. 2020년까지 중국시장은 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틈만 나면 "현재 중국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지만 향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짜자"고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 LS는 전선ㆍ산전ㆍ엠트론 등 주력 계열사가 함께 중국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 회장은 최근 `작명` 실력을 발휘해 자연스럽게 사내 소통에 나선다. 지난 연말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저케이블팀명을 `블루오션팀`이라고 짓기도 했다. 최근 LS엠트론의 트랙터 사업팀에는 `레우스(Leus)`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트랙터 사업의 세계시장 제패를 꿈꾼다는 의미에서 `Land`와 `Xeus`를 합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2003년 LG그룹서 분리된 LS그룹을 7년째 이끌고 있다. 분리 당시 7조원대 그룹 매출은 지난해 21조원대(예상)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매일경제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