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여러 과목 중에서도 영어 공부가 가장 힘들었다. 특히 까다로운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은 공대생인 그에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쉽게 암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드래스틱(drastic·과감한):여자가 드레스를 틱 하고 찢어 어깨를 보이다.’ ‘컨시브(concieve·상상하다):껌을 씹으며 곰곰이 생각하다.’
효과가 좋았다. 영어 공부로 고생하던 동료 고시생들을 모아 놓고 60개 단어에 대해 미니 강의를 했다. 15분 만에 어려운 60개 단어를 척척 외워냈다. “그래, 이게 내 길이다.” 어학 이러닝 업체 경선식에듀의 경선식 대표가 연상법을 이용한 영어 단어 강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경 대표는 기술고시 공부를 접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학원가에 뛰어들었다. ‘해마학습법’이라 이름붙인 암기 아이디어는 그를 일약 스타 강사로 만들었다.
오프라인 학원과 대학 특강을 거친 후 2001년 메가스터디에 입성해 ‘해마 쌤(선생님)’은 전국구 이러닝 강사가 됐다.
메가스터디 강사 생활은 경 대표에게 적지 않은 수입과 인기를 가져다 줬지만 제약이 많았다. 그를 시기하던 동료 강사는 대놓고 연상법의 효과를 깎아내렸다. 거짓 비방임을 증명하기 위해 반박 동영상을 올려야 하는 등 쓸데없는 낭비가 심했다.
경 대표는 “각 과목의 1등 강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갔다”고 기억한다. 소속사와 나누는 수입으로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2004년부터 회사와의 계약 조건에 걸리지 않는 성인·공무원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자기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수십만 메가스터디 회원을 뒤로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경선식에듀’를 설립, 1인창조기업가로 변신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던만큼 주위의 걱정도 많았다. ‘아이디어 하나로 언제까지 승부할 수 있을 것 같냐, 회사 없이 학생이 찾을 것 같냐’는 반응이었다.
경 대표는 “학생들의 한 줄짜리 의견에도 장문의 답변을 주면서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좀 더 쉽고 재미있는 연상법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만화 등 새로운 콘텐츠에도 적용했다.
올해 정식 법인으로 출범한 경선식에듀는 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은 16만명에 이른다. 어엿한 1인창조기업가가 된 경 대표는 자신 있게 말한다.
“확실한 아이디어와 한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마케팅 능력을 갖추는 것이 1인창조기업 성공의 요건입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