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단말기(e북) 시장에서 중소업체 활약이 눈부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e북은 모두 5종. 현재까지 1만대 가량 팔렸으며 북큐브네트웍스의 ‘북큐브 B-612’와 넥스트파피루스의 ‘페이지원’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북큐브 e북은 3200대 이상 판매됐고 4월 말 출시된 페이지원은 발매된 지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1500대 넘게 팔려나갔다. 반면 2월에 나온 삼성전자 ‘SNE-60/60K’는 1000대 안팎의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파크와 아이리버는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소 업체 제품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가격 때문. 페이지원 출시 가격은 23만4000원으로 출고가 기준으로 5개 제품 중 가장 싸다. 오픈마켓에서 제공하는 카드할인 혜택을 더하면 21∼22만원이면 살 수 있다. 넥스트 측은 “무선인터넷(Wi-Fi)과 같은 기능을 빼서 제조 원가를 낮추고 직접 판매로 유통마진까지 줄인 게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전·터치스크린·음악 파일 재생 등 부가기능이 e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북큐브 e북도 가격 할인 효과를 봤다. 이 제품 정식 가격은 35만2000원. 할인 이전에 1200대 가량 팔렸으나 50% 가격을 내린 보름동안 2000대 넘게 선택을 받았다. 북큐브 측은 “전자잉크를 탑재한 전용 단말기 특성 상 제품 간에 큰 차이가 없어 가격을 최고의 선택 조건이 되었다”고 말했다.
콘텐츠 차이도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했다. 북큐브 e북 구입 고객은 전자책 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북큐브 측은 “전자책 도서관은 다양한 콘텐츠를 맛볼 수 있는 기회”라며 “비용 부담 없는 전자책 도서관 이용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신흥업체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이 형성되면서 e북 관련 커뮤니티도 이들 업체 제품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입자 12만명을 보유한 네이버 ‘e북 카페(cafe.naver.com/ebook)’에서는 올 초까지 아마존 ‘킨들’, 소니 ‘PRS-500’ 등 외산 e북 관련 글이 주를 이뤘던 카페는 이제 북큐브, 페이지원 관련 글이 더 많이 올라온다.
제품 개봉기와 평가, 심지어 분해 사진까지 등장했다. 이들 업체는 제품 불만·업데이트 요청에 직접 답변을 달고 문제를 처리해주면서 반응도 호의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이 초기 단계이어서 궁금증이 큰 편”이라며 “브랜드 인지도와 관계없이 모든 업체가 같은 출발선에 있어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업체가 시장 초기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