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9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O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드디어 ‘구글TV’를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인 `구글TV`는 검색업계 거인 구글이 소니,인텔,로지텍,디쉬네트워크 등 IT업체들과 협력해 야심차게 내놓은 성과물이다. 올 가을부터 미국에서 시판에 들어가는 ‘구글TV`는 스마트TV 혁명에 잔뜩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IT업계는`구글TV`가 향후 TV와 웹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주판알을 튕기느라 신경이 곤두 서있다.
▶구글TV의 주요 기능은?
‘구글TV’는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돌아가며,인텔의 `아톰` 칩을 내장하고 있다. 소니가 만든 HDTV와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빌트 인’ 형태로 탑재된다. 기존의 HDTV를 그대로 활용하려면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인 대만의 로지텍이 만든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된다. 로지텍 셋톱박스는 HDTV의 HDMI 포트와 바로 연결된다.
‘구글TV’를 내장한 수상기 또는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사람들은 고선명TV에서 ‘크롬’ 웹 브라우저를 구동, 웹에 바로 접속한 후 `유튜브` 비디오 동영상 등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오픈마켓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써볼 수 있다.
`구글TV`는 안드로이드 마켓과 구글이 새로 선보일 웹 앱스토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구글은 대형 TV화면에 적합하도록 유튜브 구글TV 버전인 `유튜브 린백(lean back)` 서비스도 새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구글TV는 안드로이드폰과 동일한 운영체제를 쓰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해 구글TV와 연동,리모콘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볼 수 있다. 어도비사의 ‘플래시’도 가능하다. 이번 행사에서 에릭 슈미트는 어도비 CEO인 ‘Shantanu Narayen’와 우호적인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는 최근 어도비와 애플의 불편한 관계를 상당히 의식한 듯한 행동으로 보인다.
▶과연 `구글發 스마트TV혁명` 가능할까?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이번 `I/O개발자 컨퍼런스`에서 TV와 웹의 결합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설명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TV에 웹을 구현하는 기술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얘기했지만, 50년이 지난 ’올드‘ 테크놀로지와 신생 테크놀로지를 결합하는 일은 신생 테크놀로지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TV와 웹의 결합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즈는 TV와 웹간의 간격을 메우려는 다양한 시도가 그동안 있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티보,박시,로쿠,부두 등 여러 업체들이 TV수상기를 통해 다양한 `비디오 온 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했으나, 별도로 셋톱 박스를 설치해야하는 것에 대한 사용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진단이다.
로쿠(Roku)의 경우 50만대 이상의 셋톱박스를 판매했으나, 가격을 100달러 미만으로 낮추자 겨우 유통쪽에서 반응이 왔다. 지금도 여러 TV제조업체들이 제한된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커넥티드 TV`를 내놓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TV는 `안드로이드`라는 거대한 생태계와 플래폼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안드로이드폰은 미국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 판매를 추월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고선명 TV,스마트폰,셋톱박스,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다양한 정보 단말기와 수상기에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확대 적용한다면 `구글TV`의 영향력은 갈수록 막강해질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니의 구글TV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CEO는 이번 구글의 개발자 행사에서 “소니의 인터넷 커넥티드 TV인 ’브라비아 인터넷 서비스‘ 보다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훨씬 안정적이고,포괄적"이라며 ”자사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소니 인터넷TV`로 불리는 HDTV에 점차적으로 구글TV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전략은?
구글 입장에선 소니 외에 다양한 TV제조업체들과 베스트바이 외 유통업체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소니,로지텍,베스트바이 등 협력업체들이 어느 정도 가격에 구글TV를 판매할지도 구글TV의 성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본격 출시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폰의 성공 사례를 TV쪽으로 전이시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구글 입장에선 `구글TV`는 중요한 광고 플래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릭 슈미트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구글TV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만드는게 목적"이라며 시청자들의 성향 또는 시청 행태와 밀접한 유관 TV광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구글이 구글TV를 광고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이유는 정보 단말기별 사용자 인구분포를 보면 알수 있다. 현재 전세계 PC사용자는 10억명으로 추산된다. 휴대폰은 20억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TV는 무려 40억명에 달하는 소비자 기반을 갖고 있다. 게다가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하루 5시간을 TV를 시청하는데 소비한다. TV광고에 쓰여지는 돈은 무려 700억 달러 규모다. 구글이 `구글TV`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경쟁사들의 대응 전략은
구글TV에 맞서는 업체들의 대응전략도 큰 관심사다. 구글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그동안 ‘애플TV’라는 셋탑박스를 내놓았는데,소비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구글TV에 맞서 ‘애플TV`의 업그레이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타임즈는 애플이 `아이튠스’ 서비스를 다른 셋톱박스 또는 가전업체들에게 제공하거나, 애플이 직접 TV사업에 진출해 아이튠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대응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전 업체들의 향후 전략도 관심사다. 구글의 거대한 생태계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지 냉정하게 판단할 시점이다. `양다리`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구글TV의 등장으로 케이블TV 업체들도 위기에 봉착했다. 구글TV가 활성화된다면 케이블 가입자들은 굳이 케이블에 가입해 주문형 비디오나 TV프로그램을 볼 필요가 없다. 구글TV로 동영상 또는 TV시청이 충분하다. 케이블TV 등 방송사들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글TV의 등장은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 바람을 격하게 몰고 올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TV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