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A상무는 동기보다 승진이 빠를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윗사람들과 관계도 좋다고 자부해왔지만 최근 적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부장급 부하직원들과의 의사소통. 자신의 승진이 빠르다보니 팀장급으로 있는 부장급 부하직원들과 나이가 비슷하고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껄끄러운 면이 있다. `대화가 잘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계속되자 스트레스가 쌓였다.
A상무는 고민이 깊어지자 `임원 코칭` 제도를 통해 심리 전문가인 B교수를 만났다. 이 제도는 임원들이 스트레스ㆍ커뮤니케이션 관리 등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심리상담을 할 수 있도록 회사가 만든 것이다. B교수는 A상무와 심도 있는 상담을 하고 성격유형검사도 실시했다. 이와 함께 A상무가 껄끄러워하는 부장급 직원들도 성격유형검사를 진행했다.
B교수는 A상무가 `부장급들의 보고서에 대해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어도 면전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즉시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부하직원들에 대해서는 `일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즉각적 결정을 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B교수는 A상무에게 "가급적 즉각적 답을 주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고 부하직원들에게는 "A상무가 조금 불편해 하는 기색이 보이면 일단 보고서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시간을 갖는 게 어떻겠느냐"고 충고했다.
LG디스플레이가 임원의 스트레스까지 관리하는 선도적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업무나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임원들에게 △심리 전문가와의 상담(임원코칭) △최고경영자(CEO)와의 1대1 티타임(청정해역 프로그램) △`자유로운 생각`을 위한 2박3일 휴식(F4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게 시스템의 주요 내용이다.
주요 기업 임원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이 많다. 실적을 높여야 한다는 고민에 끙끙대기도 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떨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 내로라하는 기업의 임원이 죽음을 택하는 일까지 있다.
회사의 핵심 인력인 임원들에게 스트레스ㆍ고민이 많으면 기업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 임원들을 위해 단발적으로 심리상담ㆍ강연 등을 하고 있지만 아직 초보 단계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주기적인 상담을 비롯해 체계적 제도를 마련한 LG디스플레이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는 임원들이 1~2주에 한 번꼴로 한두 시간씩 심리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도록 하는 임원코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CEO인 권영수 사장이 `소통`을 강조하며 2007년부터 시작한 제도다. 이를 위해 현재 15명 안팎의 외부 심리 전문가를 초빙하고 있다.
우선 이 제도를 통해 임원들은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부하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진단받을 수 있다. 코치로 불리는 심리 전문가들이 임원ㆍ부하직원의 회의를 관찰하거나 심도 있는 상담을 통해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아준다.
또 임원들은 자신들의 코치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심리 전문가들은 6개월 단위로 해당 임원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커뮤니케이션 상황, 스트레스ㆍ고민 해소 등이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지 체크한다.
LG디스플레이의 임원코칭에 코치로 참여하고 있는 박지숙 카루나 마인드힐링 연구소장은 "임원코칭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임원들은 전보다 자발적ㆍ의욕적ㆍ긍정적으로 자기일에 임하고 세심한 곳까지 신경써주는 회사에 고마운 마음도 갖는다"며 "이로 인해 성취도와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스트레스ㆍ심리 등이 잘 관리돼야 임원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고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국내에는 아직 임원들의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 LG디스플레이처럼 CEO의 의지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는 사례가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는 임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청정해역(聽情解力)`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듣고 공감해 근심을 풀어 일에 몰두하는 역량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권영수 사장과 임원들이 1년에 한두 번 정도 1대1로 티타임을 하면서 서로 고민 등을 얘기한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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