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런에이치가 지난 20일 한글과컴퓨터 매각주간사를 선정함에 따라 한글과컴퓨터 재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컴이 다시 매물로 나온 것은 셀런에이치가 인수한 지 1년만이다.
현재 한컴 인수에는 보안업체 SGA가 공식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여러 업체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매각 대금에서 얼마나 빨리 합의를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라임그룹에서 셀런으로 한컴의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매각 대금을 놓고 협상이 번번이 결렬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매각금액은 최소 ‘600억원+a’=한컴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매각하겠다는 입장만 공식화했을 뿐 매각 금액이나 일정에 대해선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회사 가치가 상승한 측면이 있어 과거보단 다소 높은 금액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삼보컨소시엄은 앞서 프라임그룹의 한컴 지분 28%를 520억원에 인수했다. 따라서 재매각 대금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한컴은 지난해 매출액 487억원에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컴은 또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여 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기세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이 회사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 결과는 여전히 변수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이 회사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로 인한 재무적 손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재무적 손실과 별도로 이미지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은?=현재 한컴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보안업체 SGA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삼보 측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M&A 이유로 꼽았으나, 신통치 않았던 상황이다.
최근 SW업계에 ‘규모의 대형화’가 절실한 과제로 떠오른 점도 전문SW업체의 인수 가능성을 높인다. 한컴에 양질의 SW인력이 많다는 점을 미뤄볼 때 대기업에서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LG전자 등은 스마트폰 열풍으로 SW분야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다고 착안해 관련 조직을 보강하는 등 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셀런에이치가 한컴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한컴이 셀런 관계사인 동시에 자회사인 셀런에스엔의 지분을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시장에 재매각할 가능성도 높다.
한컴은 지난해 12월 셀런에스엔 지분 43.73%를 약 120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한컴이 이미 자본잠식 상태가 심각한 셀런에스엔을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한컴 측에서도 셀런에스엔과의 시너지가 없어 재매각을 검토 중이라 밝힌 바 있다. 한컴 인수 희망 기업이 인수 조건으로 셀런에스엔 지분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한편 한컴 매각주관사로는 법무법인 화우, 교보증권, 피데스투자자문 등이 공동으로 선정됐으며, 매각 대상 주식은 셀런에이치가 보유한 한컴 기명식 보통주 646만2703주(지분율 28%)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