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으로···빅뱅

 구글TV는 국내 방송·통신 시장에 단기적으로는 보완재, 중·장기적으로 대체재가 될 전망이다.

 지상파 등 실시간 채널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은 국내 특성상 구글TV는 주류 방송시장의 보완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구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해 수백 개의 유료 케이블·위성 방송채널은 물론 포털·동영상 사이트의 다양한 콘텐트를 즐기면서 웹 검색으로 정보 사냥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TV 시장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빅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TV의 등장은 TV를 통한 인터넷 접속과 TV와 타 디지털 기기 간의 실시간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면서 TV 기능이 ‘보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방송·미디어 시장의 경쟁력은 독점적 콘텐츠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인터넷 기반 미디어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구글TV 등으로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플랫폼에서 분리된 별도의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즉 구글TV의 등장 이후 콘텐츠는 기존의 사업자 간 계약·제휴 방식이 아닌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점차 모듈화되어 제공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IP를 기반으로 하는 IPTV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 케이블TV 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방송이 독자 콘텐츠 생산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지상파와는 또 다른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에 반해 구글TV의 단기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커넥티드TV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구글TV와 같은 커넥티드TV는 실시간 유료방송 보급률이 95% 수준인 국내 시장환경에서 독자적인 서비스 경쟁력 확보보다는 기존 유료방송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수행 할 것이라고 전망이다. 특히 주문형비디오(VoD)와 양방향 서비스에서 경쟁력이 낮은 케이블TV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간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새로운 서비스의 법적 지위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과 IPTV사업자인 통신사의 견제 등은 구글TV의 중요한 경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현재의 네트워크 환경하에서 구글TV의 서비스품질(QoS) 확보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IP기반이라는 환경하에서 경쟁해야 하는 통신사업자(IPTV사업자)와 벌어질 ‘망중립성’ 논란도 구글TV 성패의 변수다.

 오용수 방통위 방송통신진흥정책과장은 “커넥티드TV는 기존 유료방송 모델과의 충돌과 망중립성 문제 대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IPTV·케이블TV 등과의 차별성과 새로운 서비스의 법적 지위 문제 등이 생길 수 있어, 서비스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런 문제도 구글이 해결책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웨스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구글TV 개발 발표회’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구성에 주목했다. 미국 위성방송 서비스업체인 디시네트워크(Dish Network)의 찰스 에르겐 회장이 참석하기는 했지만 통신사업자나 네트워크 업체 CEO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해당 국가의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통신이나 방송과의 관계 정립 문제는 구글TV의 비즈니스 모델을 성숙화시켜가는 과정에 해결할 문제로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통신업체의 한 CEO는 “현 시점에서의 구글TV의 전략은 스마트TV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지배력을 키워 기존 방송·통신 영역과의 비즈니스 접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구글TV가 현 시점에서는 라스트 마일(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접점)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을 보면 향후 비즈니스 전략이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