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비즈모델 진검승부…"Exclusive" vs "Inclusive

모바일과 인터넷이 결합하는 글로벌 IT 시장을 두고 구글과 애플이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폰 등 제품 간 경쟁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대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글과 애플의 경쟁은 발광다이오드(LED), 3차원(3D) TV 등 하드웨어 기능 경쟁만 벌이는 한국 IT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는 이 같은 구글과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대충돌`이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구글은 이날 TV에 셋톱박스와 무선인터넷 기능이 내장돼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고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신개념 TV인 `구글TV`를 처음 공개했다.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호환돼 TV로 검색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도 TV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검색 광고`다. 구글TV는 검색 광고를 인터넷(구글닷컴)에 이어 모바일(안드로이드폰) 그리고 TV에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반면 애플은 소프트웨어(아이튠스, 앱스토어),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음악, 영화 등)를 하드웨어(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묶어 고가에 판매한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최고 40%에 달한다.

구글은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플은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모델을 지향한다. 실제로 이날 콘퍼런스에서 "구글은 배타적(Exclusive)이지 않다. 협력(Inclusive)을 추구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구글TV`를 발표하며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 폴 오텔리니 인텔 사장,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Adobe) 사장 등 6명의 글로벌 CEO를 동시에 단상에 등장시켰다. 애플과 애플 CEO 스티브 잡스를 겨냥한 것이다.

슈밋 구글 CEO를 포함한 7명의 CEO는 구글과 애플의 차이를 주로 언급했다.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서비스)를 묶어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배타적으로 독식하고 있으나, 구글은 개방적이고 여러 업체들과 협력을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스트링어 소니 회장이 "만약 구글이 (구글TV를 통해) 애플을 이긴다면 당신은 시장을 독점(dominate)할 수 있소"라고 말하자, 슈밋 CEO가 "우리는 독점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우 성공적(highly successful)이란 말이 더 어울립니다"고 응수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인터넷 동영상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플래시(Flash)를 만드는 어도비 CEO도 구글TV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구글TV` 발표를 접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회사 직원들에게 "감동이 없었다. 행운을 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글TV`를 공개한 것도 애플과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음을 증명한다.

구글TV는 올가을 소니에서 출시하지만 TV용 앱은 내년부터 선보이게 돼 절름발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글은 비즈니스 모델 경쟁에서 이겨야 전체 생태계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애플이 애플TV(iTV)를 발표하기 전에 구글TV를 공개해 `스마트TV` 시장에서는 애플에 앞서 완벽하게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구글은 애플의 온라인 콘텐츠 장터인 아이튠스에 대항할 수 있는 `크롬 웹 스토어`도 공개했다. 올 연말부터는 구글 크롬 웹 스토어에 접속하면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는 애플 아이튠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애플의 독식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양사의 비즈니스 모델 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구글이 지난해 시장 1위 업체 애드몹을 인수하자 애플은 곧바로 콰트로를 인수하고 지난 4월에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아이애드(iAD)`를 선보여 맞불을 놓은 바 있다.

구글과 애플은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며 글로벌 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충돌이 계속된다면 개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물론 글로벌 IT업체들도 애플 또는 구글과의 합종연횡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