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템이라도 좋다. 중국에서 성공한 KFC처럼 돈 벌 수 있는 사업을 찾아라."
SK그룹의 중국통합법인 `SK차이나`가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한국 내 사업 부문의 중국 이전과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막바지 정리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KFC 사례를 들며 대규모 프로젝트나 인수ㆍ합병(M&A)도 좋지만 최우선적으로 `돈 벌 수 있는 사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KFC는 맥도널드에 비해 세계 점유율은 떨어지지만 중국에서는 현지 메뉴 개발과 젊은 층 공략, 지방정부별 자회사 배치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 중국시장 선점 위한 M&A
= SK차이나의 중국 진출 전략은 석유화학 분야의 중소형 M&A를 통한 `Inorganic Growth(비유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99년 미래 전략으로 중국 진출을 내건 SK그룹은 그동안 `유기적 성장`의 한계를 통감해왔다. 유기적 성장은 자산의 이전, 신시장 개척, 신기술 개발 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SK차이나는 중국 현지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중국 수요에 적합한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M&A 전략으로는 △미래 수익성을 갖춘 중국 기업 M&A △현지화를 통한 합리적 운영 △자산 토지 등 분야의 불확실성 최소화 등이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SK차이나는 M&A, 합작법인, 지분 참여 등을 통해 단시일 내 중국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중국 내 M&A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올해가 M&A의 적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첨단 제조ㆍ기술, 서비스업, 에너지 사업 등에서 외자 유치를 강화하고 있다. 조건에 부합하는 국외 자본에 우선적으로 토지를 공급하는가 하면 대출제한도 완화하고 있다.
SK차이나의 또 다른 전략은 인수ㆍ합병 이후의 회사 운영에서도 철저한 현지화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가 2006년 말 인수한 중국 산토우PS(폴리스티렌) 공장을 대표적 중국 진출 성공사례로 선정했다. 전체 직원이 296명인 산토우PS에는 한국 파견인력이 3명에 불과할 정도다. PS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 제품과 완구, CD케이스의 원료로 쓰여 최근 중국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 화학 등 범용사업 중국 이전
= SK그룹은 각 계열사 사업 중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분야도 속속 이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 패션 등 소비재 플랫폼, 철강과 화학 분야 트레이드본부 등을 이미 중국으로 옮겼다. 차량정비사업인 스피트메이트는 현재 상하이를 중심으로 70여 개 매장이 있으며, 2020년까지 매장 수를 2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화학ㆍ철광석 사업본부도 이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C&I(컨버전스&인터넷) 분야를 중국으로 옮겼고, 아스팔트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SK에너지는 화학 부문의 본사 기능을 배치할 예정이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R&D 전략을 세우는 기술혁신센터(TIC)의 글로벌 본부도 중국에 두기로 했다. 중국의 신규사업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SK텔레콤은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MIV)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SK가 인수한 중국 GPS업체 E-eye 까오신을 통해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통한 자동차 원격진단ㆍ제어 및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을 주축으로 SK C&C SK에너지 SK건설 등이 참여하는 U-City 사업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베이징과 쓰촨성 도시에서 에너지 환경 통신 교통 물류 등 도시 인프라 구축과 함께 IT솔류션을 통합 패키지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SK차이나는 (주)SK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영호 사장이 총괄사장을 겸임한다. 지주회사격인 SK차이나 산하에는 △에너지ㆍ화학 박상훈 사장(55) △정보통신 서진우 사장(49) △물류서비스 백승한 사장(54) △경영지원을 맡는 CMS부문 김태진 사장(48)이 있다. 이와 별도로 기술혁신센터(TIC) 대표는 에너지ㆍ화학 대표인 박상훈 사장이 함께 맡는다.
◆ `파부침주`전략 성공할까
= 중국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제2의 본사`에 걸맞는 이익 창출이 가능하겠느냐는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최 회장은 SK차이나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올해 안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ㆍ밥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없앤다는 의미)`의 정신을 내세우며 `중국 중심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강화를 역설했다. 1980년대 유공 인수와 1990년대 통신사업 진출에 이은 그룹 제3의 성장동력을 중국에서 찾겠다는 각오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프로덕트(Global Product)`를 중국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경우 주력인 통신서비스는 각 정부의 규제산업이며, 에너지사업도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장치산업인 데다 중국 정부의 통제도 심하다. 삼성전자나 현대ㆍ기아차처럼 중국시장에서 팔 수 있는 큰 제품군이 별로 없는 셈이다. SK가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화학 부문의 아스팔트사업을 제외하곤 성공을 거둔 것이 없는 것도 이런 사업군의 영향이 크다.
[매일경제 김정욱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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