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반도체용 진공펌프 생산업체인 엘오티베큠 오흥식 대표는 요즘 투자 계획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ㆍLCD 생산설비에 2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 들어가는 진공펌프 30%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다.
오 대표는 "반도체 라인 하나에 진공펌프가 1500대 이상 들어간다"며 "반도체 설비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회사 매출도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엘오티베큠 매출 증가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벌써 두드러졌다. 1분기 매출액은 1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액 379억원 중 절반을 1분기에 달성한 것이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5% 수준이었다.
오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를 700억원 수준으로 잡았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잡은 것이기 때문에 매출 목표는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엘오티베큠 단점으로 보통 삼성전자 의존 비중이 높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현재는 삼성전자에 반도체용 진공펌프를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첨단 부문에서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거기에 맞는 진공기술을 제공할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주요 핵심부품은 진공 상태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연구기간 2년과 시험기간 1년을 거친 하우스베큠을 삼성전자에 설치해 줬다"고 덧붙였다.
물론 엘오티베큠은 매출처 다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태양광 장비용 진공펌프로 영역을 확대해 독일 태양광 장비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LCD, LED, OLED 사업도 벌여나가고 있다.
오 대표는 독일에 진공펌프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진공펌프 회사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진공기술 원조국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1991년부터 독일 진공기술 기업인 라이볼드 한국지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2년 라이볼드가 한국에서 철수할 때 진공펌프 부문을 인수해 회사를 창업했다.
"경영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난데없이 진공기술 역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영업사원 출신답게 그의 설명은 논리정연했고 설득력이 있었다. 핵심은 "에디슨의 전등부터 시작해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공기술 쓰임새는 다양해졌다"는 것이었다.
오 대표는 "진공기술은 식품공학, 건축공학, 전자공학, 우주과학, 차세대 소자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이라며 "최고 진공기술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2005년 코스닥 상장 이후 지금까지 주가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또 코스닥사로는 드물게 `무차입 경영`을 실천해 왔다. 그는 "영업이익 내에서 재투자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올해부터는 주가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지난 4월 지금까지 함께 고생해온 직원 157명에게 회사 주식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우리 직원들도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직원들한테 주식을 나눠줬는데 주가라도 좀 올라줘야 나눠준 보람이 있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또 다른 이유는 회사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다. 오 대표는 "우리 회사가 현재 갖추고 있는 설비가 매출 1000억원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뜻을 같이하는 기관투자가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안성 = 김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