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지를 필두로 한 외부의 도전이 거세다.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독자의 요구는 점점 다양해진다. 그래서, 오히려 전문지의 승부처는 한층 뚜렷해진다. 바로 ‘의견과 해석이 담긴 심층 기획기사’다. 전자신문의 전반적인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전자신문 독자위원회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5월 신문 집중 모니터링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봤던 신문 중에 가장 훌륭한 명품 전문지”라는 극찬에서부터 ‘IT 이슈 리딩 주도권을 다른 신문에 빼앗겼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뼈아픈 지적까지 솔직한 독자들의 견해가 오갔다. 전자신문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독자들의 요구는 한결같았다. 위원들은 모두 전자신문이 전문지로서의 역할을 지금처럼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일시·장소
2010년 5월 20일 오전 7시 30분, 소공동 조선호텔 피오나룸
참석자:제1기 독자위원회 위원
위원장:안문석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위원: 김준식 삼성전자 전무, 류광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민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장,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정현경 중앙ICS 사장 <가나다순>
※김준식 삼성전자 전무는 사정상 불참했지만 서면으로 의견 제출
#.콘텐츠만큼 패키징도 중요
5월 지면 개편 이후 편집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것이 독자들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첨단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어떻게 잘 포장하느냐가 핵심 요소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한 아이패드용 콘텐츠는 그 좋은 사례다.
◇정현경=5월 이후 신문이 상당히 생동감 있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달 ‘스티브 잡스도 한국오면 무등급’이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 기사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목이었습니다. 과감한 제목으로 인해 기사 내용이 한층 와 닿았습니다. 전자신문이 과거에 비해 보다 독자와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민규=디지털 시대에는 편집도 중요하고 독자들이 ‘먹기 좋게’ 패키지로 잘 포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전략입니다. ‘디지털퍼블리싱얼라이언스’가 뉴스를 PDF파일로 가공해 판매하는 ‘디지털뉴스북’은 성공한 예입니다. 지면에 못 담는 후일담이나 취재담이 상당한 인기를 끕니다.
타임지를 아예 여러 권 묶은 아이패드용 콘텐츠의 경우 오프라인에 비해 동영상과 사진이 매우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타임의 강점인 사진 콘텐츠가 너무 훌륭해 깜짝 놀랐습니다. 자연히 광고주들이 아이패드용 동영상 광고에도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젊은 층 독자가 원하는 전자신문
전자신문 지면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위원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견들을 다수 제시했다. IT전문가이자 전자신문의 독자로서 위원들은 이슈에 끌려가기보다 이슈를 이끌어가기를 원했다. 젊은 독자를 보다 적극 흡수하기 위한 구체적 사업 방안도 논의됐다.
◇안문석=사실 전자신문은 학생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신문입니다. 새로운 개념·용어·서비스 내용 등이 많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상식 공부에도 실질적 도움이 됩니다.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맺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민규=애플과 대학이 손잡고 개최하는 콘테스트는 파격적 입상 혜택 등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지대합니다. 전자신문도 콘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배우고 전자신문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를 순회하면서 소프트웨어개발도구 강연도 한다면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도 할 수 있습니다.
#.CIO비즈·이현덕 칼럼, 명품 전문지 표본
4∼5월 전자신문에서 눈에 띄는 기사들은 단연 특정 주제와 분야를 심도있게 다룬 기획물이었다. 정보통신부 탄생과 해체까지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다룬 연재물과 월요일 별도 지면으로 만나는 CIO BIZ+에 대해 ‘바로 전자신문 독자들이 원하던 콘텐츠’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이희성=(물론 내가 관심있는 분야긴 하지만)CIO BIZ+에 업계가 주목할 만한 중요한 케이스 스터디가 많이 제공돼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내용이 견실한데다 편집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어서 챙겨 봅니다.
◇이민규=이현덕 씨가 전하는 정보통신부 뒷이야기는 과거 회고를 통해 IT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획이라고 여겨집니다.
앞으로도 숨어있는 전문 필자를 발굴해 IT 분야에서 비슷한 기획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성민=경제지와 전자신문을 비교해보니 전자신문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향후 각 가정에 메인 매체로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자질을 갖췄습니다.
특히 최근 ‘무어스타운’에 대한 기획기사를 봤는데 ‘이것은 명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신문보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장점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어떨까요.
◇김준식=지난달 게재된 3DTV 제조 현장 르포 기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3DTV 출시 이후 모든 매체들이 제품의 성능, 판매와 같은 주제에 집중할 때 전자신문은 전자업계 대표지에 걸맞게 처음으로 제조현장 르포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전자신문 보도 이후 종합지·경제지들의 현장 르포 기사 붐을 이끌어냄으로써 업계 대표 신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좋은 기사입니다.
#.의견·해석없는 신문은 전단에 불과
기획물에 대한 극찬이 적지 않았다면 ‘지적’ 역시 기획물로부터 나왔다. 최근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이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IT 기사를 공격적으로 게재하면서 전자신문 고유의 장점이 다소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안문석=(스마트폰 보안 문제를 1면 톱으로 다룬 종합지를 들어보이며) 이제는 종합 일간지들이 IT에 대해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전자신문이 IT를 리딩하는 측면에서 수월성이 떨어진 셈이죠. ‘의견과 해석이 없는 신문은 전단에 불과하다’는 말이 상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제품 소개의 경우 전자신문이 제품 출시의 의미와 파장 등을 좀더 깊이 해석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류광현=기술 그대로를 전달해서는 더 이상 전자신문이 차별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신문의 강점은 기획기사입니다. 지금도 초보 변호사들은 전자신문 기획기사를 모아서 공부합니다. 최근 기획기사가 양도 적고 일반적인 것 같은데 독자들은 보다 심층적인 기사를 원합니다.
◇이민규=얼마 전 서울디지털포럼에 직접 가봤는데 그 다음날 전자신문 기사를 보니 현장에서 본 것과 기사의 괴리가 컸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보니 오히려 심층성이 떨어지더군요. 행사의 전반적인 아우라(분위기)를 전달해야 합니다.
#. 한국 산업의 취약점 진단하라
위원들은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지로서 한국 IT·전자 산업의 위기 상황과 취약점을 정확히 진단하는 기획 기사를 다양하게 주문했다. 이러한 기사들을 통해 한국 IT산업이 발전하는 데 전자신문이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준식=전자업계의 대표지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시각을 가져주기를 당부합니다. 5월 6일자 ‘부품업체 눈칫밥 먹는 세트업체’ 기사와 11일자 ‘부품 없이 세트 경쟁력 없다’ 데스크 칼럼을 보면, 일부 중소업체들의 한 가지 목소리만 반영된 느낌이 듭니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더라면 어땠을까요.
◇이성민=중소기업이 토양이고 대기업은 나무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구도 정립을 위한 테마 기획을 제안합니다. 또 정책 기사와 관련해서는 요즘 정부가 1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 과제를 다수 추진하는 데 이를 진단해보는 기획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정 중요 과제를 선택해 종합적으로 다룬다면 정부도 정책 추진 시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이희성=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가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위협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뤄보면 어떨까요?
◇이성민=게임뿐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은 거세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만 HTC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전자신문이 우리나라 전자 산업의 취약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고 업계와 정부의 견해를 탄탄히 실어준다면 민관 모두 적지않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리=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독자의 목소리, 이렇게 반영했습니다.
전자신문 독자위원회가 독자들이 지적한 고견을 실제로 신문 지면 개선과 경영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26일 열린 2차 독자위원회에서 독자위원들은 전자신문이 고품격 명품 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전자신문 영문 서비스 △콘텐츠 제공 플랫폼 다양화 △스타 기자 양성 △외부 전문 객원기자 활용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지난 4개월간 전자신문은 이처럼 소중한 독자들의 지적을 하나씩 신문에 담아왔다. 영문 서비스 제공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지원에 힘입어 내달 말부터 국가 브랜드 사이트에서 전자신문 영문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된다. 1월 독자위원회 기사를 접한 국가브랜드위에서 먼저 적극적 관심을 보인 데 따른 결실이다.
플랫폼 다양화를 위해 지난주 드림위즈와 협력을 맺는 등 아이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자신문 콘텐츠 제공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다. 블로거 사이트 ‘토트(www.thoth.kr)’도 개설, 운영하고 지면에도 블로거들의 생각을 반영했다.
‘스타기자’를 양성하라는 제언에 대해서도 5월 지면 개편에 맞춰 전문기자의 이름을 내건 고정 칼럼을 신설했다. 지난 위원회에서 개선점으로 제기됐던 온라인 뉴스 태그 문제도 전자신문과 전자신문인터넷 조직을 물리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