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정부­기업, 시스템에어컨 두고 공방전

 “시스템에어컨은 전기 잡아먹는 하마(?)”

 정부가 시스템에어컨(EHP 방식:전기식 히트펌프, 이하 생략)을 전력피크의 주범으로 몰아 대형 건축물에 설치를 제한하기로 하자 관련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에너지절약 계획서 제출대상인 대형 건축물은 냉방 방식(중앙집중·개별냉방)에 관계없이 주간 최대 냉방 부하의 60% 이상을 축냉식과 가스식 냉방설비로 공급해야 한다. 기존에는 중앙집중식에만 적용되던 기준을 개별냉방에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여름철 가스 사용량을 늘리고 최근 전력피크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시스템에어컨의 보급을 제한해 에너지 수급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 이번 법 개정의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시스템에어컨이 전력피크의 주범이라는 정부의 논리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냉동공조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시스템에어컨의 보급 대수를 분석했을 때 동계 전력피크 기여 정도는 2.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는 시스템에어컨 보급 대수를 100만대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협회 조사에 따르면 38만대가량에 불과하다”며 “시스템에어컨이 전력피크에 기여하는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데 정확한 판단 근거도 없이 법률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하·동절기 전력피크의 원인을 분석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스템에어컨의 보급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시스템에어컨은 가스나 축냉식 냉방설비에 비해 초기 설치 비용이나 외관·공간·소음·편리성 등에서 앞서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데도 건물주나 업계의 의견이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일본이나 유럽은 시스템에어컨 같은 공기열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해 보급을 장려하는 마당에 오히려 우리는 보급을 억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시스템에어컨 업계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의 재검토 요구를 골자로 하는 건의문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