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상상보다 한발 앞선 창조적 서비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키워드다. 최근 한국표준협회가 마련한 조찬회에서 강연자로 나선 손 사장은 업계 1위 기업을 경영하며 경험한 한계와 극복 과정을 CEO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중학교 사회시간 때 배워 비판없이 수용해왔던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존재 목적으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며 ‘창조적 서비스’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손 대표가 말하는 창조적 서비스는 고객에게 맞춤화·개별화된 ‘제품 그 이상의’ 서비스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메가스터디에 도입한 새로운 서비스를 사례로 들었다.
“공교육 강화·저출산 등으로 사교육 시장이 10년 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력 분야 중 하나인 재수생 부문을 어떻게 강화할지 구상하던 중 직원 한 명이 가지고 온 아이디어가, 성적 좋은 학생을 무상으로 수강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자는 거였죠.”
손 대표는 직원의 아이디어가 왜 창조적 서비스가 될 수 없는지 설명했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는 조금 높아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무상이냐 아니냐로 학원을 선택하지는 않더군요.”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재수생을 모집할 때, 수강생의 6월·9월 모의고사와 11월 수능성적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에 그런 학원은 없었고, 임원들과 강사들 모두 반대했습니다. 우리가 1위 업체인데 굳이 실적을 학부모나 언론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이었습니다.” 그러나 손 대표는 1위 위치에 있을 때 모험에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면 반드시 몰락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생들이 한 명도 안 올 것’이라는 임원들의 우려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리워드(reward) 전략이다. 성적 공개와 동시에, 등록 시 정한 목표대학에 합격한 학생에게는 수강료의 70%를 돌려주기로 했다. 재수생 종합반 1년 수강료 600만원 중 400만원을 돌려주고,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면 그 이상인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업이익이 줄 것은 충분히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첫째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얻은 뛰어난 성과입니다. 둘째는 그 성과를 약속대로 공개하면서 얻은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죠. 어떤 강의나 어떤 마케팅으로도 이룰 수 없던 성과였습니다.” 손 대표는 올해 EBS 수능 출제 비중 강화 등 사교육 시장의 위기를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재수생에게 제공했던 서비스를 그대로 고등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손 대표가 말하는 창조적 서비스가 결코 이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고객이 상상하지 못한 창조적 서비스로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면 이윤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손 대표는 또 다른 창조적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재수생들이 서울에서 공부하려고 열악한 고시원 등에 거주비로 돈을 쏟아붓습니다. 학원 건물에 레지던스 시설을 넣으면 어떨까요? 저렴한 가격에 훨씬 좋은 거주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강의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여러분이 어떤 기업을 운영하며 어떤 제품으로 고객에게 서비스하든, 그 이상의 무엇을 통한 창조적 혁신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손 대표가 조찬회에 참석한 백여명의 CEO에게 던진 조언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