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배출권 거래소,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전력거래소 VS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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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하기 위한 전력거래소(KPX)와 한국거래소(KRX)의 공방전이 뜨겁다. 거래소를 유치하는 측이 향후 정책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식경제부 vs 환경부의 제2라운드”라는 말도 나온다. 두 부처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놓고 1차 승부를 펼친 뒤 벌어지는 대리전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는 산업을 잘 아는 기관이 주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거래 경험이 있는 기관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치도 물러섬 없는 양측의 주장을 살펴본다.

 ◇전력거래소 “산업을 잘 아는 건 우리”=전력거래소는 실수요자 중심의 배출권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잘 이해하는 자신들이 주관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실수요자란 기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일반 증권거래는 개인이 주체지만 배출권 거래는 기업이 주체라는 점에서 기업과 산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배출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실수요자 중심 운영으로 배출권 시장의 투기화를 막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한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점유율은 발전이 26%로 가장 많고 수송(15%)·철강(10%)·산업공정(1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전체적으로 80% 정도가 에너지 부문으로 분류된다. 특히 유럽에서 발전부문은 배출권 거래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발전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전력거래소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배출권 거래의 70%를 발전부문이 차지한다는 사실은 뜻밖의 문제를 가져온다. 발전사들이 탄소 배출량만큼만 발전을 한다면 전력 부족은 물론 전력요금 급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오랜 기간 전력 수급 조정 노하우와 전문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력이 부족하면 수요자원시장(기업이 사전에 약속한 만큼 전기를 절약하면 이를 정부가 사주는 것) 등을 통해 전력난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월 배출규제로 초래될 전력가격 급등 방지대책을 강조한 바 있다.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력거래소’가 이를 주관한다는 점은 전력거래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노르웨이(NordPool)·독일(EEX)·프랑스(Bluenext)·이탈리아(GME)·오스트리아(EXAA) 등의 국가에서 ‘전력거래소’가 배출권 거래를 담당한다. 영국만 기후거래소인 ECX에서 거래를 맡고 있다. 일부 ‘전력거래소’를 증권거래소가 인수한 경우에도 소유와 운영이 분리돼 운영은 기존 ‘전력거래소’ 인력이 담당한다.

 전력거래소는 배출권 결제 등 금융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금융결제원과 ‘배출권 거래제 공동참여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시카고 기후거래소(CCX)와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배출권 거래소 유치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결국 배출권도 금융 상품”=한국거래소는 “결국 배출권 거래도 증권 거래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입장이다. 파생상품 거래 경험이 없는 전력거래소보다 관련 경험이 풍부한 자신들이 배출권 거래제를 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거래소가 강조하는 것이 인프라다. 한국거래소는 선물·옵션상품을 하루에 4000만 건이나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일부 프로그램만 수정하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 증권 및 파생상품 결제를 책임지는 CCP(Central Counterparty)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배출권 거래 결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 결제 불이행시 이를 보상해주는 1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공동기금’도 사용 가능하다. 이밖에 불공정거래 감시체제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사실상 곧바로 배출권 거래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는 게 한국거래소 측 입장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할 수도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절약한 비용으로 시장 개설 초기에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하면 거래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현행법은 한국거래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파생상품 시장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는 주체는 한국거래소밖에 없다. 배출권 거래는 대부분 선물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2007년 기준 유럽연합(EU)에서 일어난 배출권 거래의 87%를 영국 ECX가 차지했다는 점도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ECX는 전력거래소가 아닌 기후거래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ECX는 한국거래소처럼 선물 및 옵션상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배출권 거래 주관기관이 ‘전력거래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거래는 ECX 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의 감독권을 누가 갖느냐 하는 점도 중요한 문제다.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거래가 금융과 관련된 과정인 만큼 거래와 감독 모두 금융권에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거래는 한국거래소가, 감독은 금융당국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관계기관 간 마찰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과 노르웨이·프랑스·독일 등에서 금융당국이 감독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배출권 현물만 취급하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는 각각 에너지가스 감독국과 경제부가 감독권을 갖는다.

 

 <표1> 우리나라 주요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 점유율

자료: 전력거래소

 <표2> 탄소배출권 거래소 현황 및 거래비중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