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커덩, 덜커덩.` 중앙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르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창 뒤로 붉은 흙먼지가 뽀얗게 일었다. 도로 옆 짐을 지고 가는 긴 행렬의 흑인들에게 붉은 먼지가 그대로 날린다. 세계 구리 매장량 15%를 차지하는 중앙아프리카 구리벨트(Copper Belt). 지난 6일 그 중심 도시인 콩고민주공화국 루붐바시에서 인근 구리 노천광산을 찾아가는 길은 `흙먼지 속에도 구리가 섞여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일 정도로 모든 것이 붉었다.
도심에 위치한 한 구리 제련소 옆에는 암석에서 구리를 뽑아내고 남은 슬래그가 도시 상징물처럼 우뚝 서 있었다. 60년간 계속 쌓아둔 슬래그라고 하는데 얼추 높이가 100m에 달하는 원추형으로 산처럼 거대했다.
루붐바시에는 도심과 교외를 가리지 않고 구리와 코발트 광산, 제련공장, 슬래그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인구 60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광산도시다. 구리벨트란 콩고와 잠비아 국경을 따라 길이 450㎞, 폭 260㎞에 달하는 세계적 구리산지를 가리킨다. 이곳에 지금까지 알려진 구리 매장량만 1억5000만t, 코발트는 600만t으로 세계 1위다.
퍼스트 퀀텀(캐나다), BHPㆍ빌리턴(호주), 조지 포레스트(벨기에), 카맥(캐나다) 등 세계적인 광물자원회사들이 이미 주요 광산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미탐사 지역이 아직 널려 있는 미개척지다.
"루붐바시는 해발 1300m 고원에 위치한 도시로 지상에서부터 아래로 계속 구리층을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구리암석 1t에 0.5% 정도 구리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 암석은 t당 4~5% 정도 구리가 나오니 순도가 10배나 되는 셈이죠."
채성근 광물자원공사 사업관리팀장 설명이다. 광물공사는 이곳 구리광산에 직접투자나 지분투자를 위해 조건에 맞는 광산을 찾고 있다.
1시간쯤 가니 멀리 안빌 마이닝사가 운영하는 킨세베르 구리 노천광산이 보였다.
빌 튜너 사장은 "여기서 생산된 구리는 잠비아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한다"며 "수출은 민주콩고 루붐바시에서 남아공 더반 항구까지 3600㎞ 도로로 운송한다"고 말했다.
안빌사는 호주 퍼스에 본사를 둔 회사로 2000년에 아프리카 광산 개발에 착수하면서 이곳 중소 규모 광산을 개척했다. 말이 중소 규모지 차를 타고 채굴장 언덕 위에 올라가보니 장관이다. 지름 500m는 돼 보이는 둥그런 노천 채굴장에 포크레인이 구리 광석을 쉴 새 없이 캐내고 트럭이 실어나른다. 채굴장 옆에 캐낸 구리 암석은 50~70m 높이로 무더기를 만들어놓아 높은 산을 이루고 있다.
구리는 2004년 t당 1600달러 하던 것이 현재 70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민주콩고는 구리값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이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세계적인 구리ㆍ코발트 산지다. 이 공장에서 구리를 연간 6만t 뽑아내니까 현 시세인 t당 7000달러를 곱하면 이 공장 한 해 매출은 4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아프리카는 세계 망간 매장량 78%, 백금 88%, 다이아몬드 60%에 달하며 모로코와 남아공에 인광석 50%, 기니에 보크사이트 23%가 묻혀 있는 세계 `자원 보물창고`다. 이곳 민주콩고 구리벨트에서만 세계 코발트 생산량 중 절반을 채굴하고 있다.
민주콩고를 방문한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잠비아 구리벨트 쪽은 이미 세계 메이저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지만 민주콩고 쪽 구리벨트에는 아직 미탐사 지역이 남아 있다"며 "아프리카가 먼 거리에 위치해 있고 투자 환경이 열악하다고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프리카 자원개발 사업은 고작 24건으로 우리가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국외 자원개발 사업 271건 중 8%에 불과하다. 광물공사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투자한 것과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광산을 개발하는 것을 제외하면 굵직한 사업은 많지 않다.
박종근 민주콩고 탐사지원센터장은 "이미 유망 광산은 다국적 기업과 중국 기업이 많이 선점하고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분투자나 미탐사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루붐바시(민주콩고) = 전병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