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서비스(NW)를 한데 어우른 이른바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바보상자’ TV는 인터넷과 양방향 콘텐츠를 만나 ‘정보상자’로 거듭났다. 휴대폰은 ‘손안의 사무실’로, ‘만능 전자카드’로 탈바꿈했다. 콘텐츠 자판기, 무인출력기 등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하이브리드 발명품도 속출했다. 특히 막강한 하드웨어 제조기술과 네트워크를 갖고도 소프트 파워에 밀려 이른바 ‘아이폰 충격’에 휘청거린 우리 기업들은 트라이버전스를 앞세운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IT 강국’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월드IT쇼(WIS) 2010’는 트라이버전스 제품과 서비스가 IT 융합의 새 물결로 자리잡았으며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디지털 컨버전스가 방송과 통신, IT와 제조업 등 2개의 이종 산업 간 결합에 머물렀다면 트라이버전스는 한걸음 나아간 새 융합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KT는 모바일 오피스, 모바일 전자카드, 모바일 보안시스템, m러닝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트라이버전스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 비즈니스·쇼핑·공부 등 일상생활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스마트 라이프’를 그대로 구현했다. 이석채 KT 부회장은 “휴대폰은 이제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니다. 앱스토어 등 콘텐츠나 서비스 플랫폼의 가치에 맞춰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공기압·엔진오일 상태 등을 곧바로 진단하는 ‘모바일 차량(Mobile in Vehicle) 서비스’, 문자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바로 사전검색이 되는 ‘문자인식 사전 서비스’ 등 신개념 융합 서비스를 뽐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방송통신 등 IT 분야에서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업종 간 컬래버레이션(협업)과 파트너십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와 함께 셋톱박스가 필요 없는 인터넷(IP) TV를 나란히 선보였다. 유선은 물론이고 무선으로도 접속하는 이 TV는 최근 구글이 전략을 발표한 ‘구글TV’처럼 자유로운 인터넷 검색과 다운로드한 동영상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양한 트라이버전스 발명품도 등장했다. 코레일유통은 여행자들이 영화, 음악, 여행정보를 즉석에서 내려받는 ‘멀티콘텐츠자판기’를, 삼성전자는 이메일로 받은 문서를 길거리에서 바로 뽑는 무인출력기 ‘애니프린터’를 각각 선보였다. 코닥과 파나소닉은 각각 영상진료·영상쇼핑 등이 가능한 고선명(HD) 영상회의장비와 스캔받은 문서를 곧바로 전송하는 네트워크 스캐너 등 트라이버전스 신제품을 소개했다.
오정연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트라이버전스 산업에서는 ‘개인화 웹’ 등과 같은 고객 개인에 맞춘 서비스를 얼마나 잘 개발하는지가 성공의 열쇠”라며 “한국은 단말기·네트워크에 비해 여전히 뒤진 콘텐츠·SW역량 강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자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IT 전시회인 월드IT쇼 2010에는 600여개 기업이 참가해 기술 경연에 들어갔다. 9개국 장관들이 참석한 방송통신장관회의와 FTTH 아시아 콘퍼런스도 함께 개막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한국의) 융합 IT산업은 물론 3D 기술력이 아주 발전했다”며 “월드IT쇼를 세빗, CES와 같은 세계적인 IT전시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