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공부시키는 게 우리(입법조사처)가 할 일입니다. 특히 IT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연 국회 입법조사처장(62·차관급)은 “의원들과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연·혈연 등으로 얽힌 보좌진에게 전문적인 입법 지원을 요구하기는 힘든 게 현재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입법조사처는 입법과 정책에 관련된 사항을 중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조사·연구해, 그 결과를 의원과 위원회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T와 같이 전문적이고 특화된 분야일수록 입법조사처가 의원들의 눈과 귀가 돼줘야 한다는 게 심 처장의 주장이다.
제18대 국회 출범 이후에는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현행 입법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게 심 처장의 설명이다.
“입법조사처의 보고서 한 줄, 문구 하나에 법안의 존폐가 갈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여야에 치우치지 않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견지하면서 전문성까지 겸비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난달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기한 ‘IT 통합 콘트롤타워 부재’ 문제 역시 관련 논리 수립과 세부자료 작성은 입법조사처 내 문화방송통신팀을 통해 이뤄졌다.
심 처장은 최근 ‘모바일 시장’에 대한 발빠른 법적·제도적 대응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연내 모바일 산업 관련 보고서를 다수 발간하고 해당 간담회도 순차 개최한다.
또 입법조사처는 현재 국내 인터넷 산업을 글로벌 시각에서 조망해 보는 ‘2010 인터넷 종합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특히 IT 통합부처의 설립과 관련된 최종 보고서의 작성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심 처장은 덧붙였다.
이밖에 심 처장은 현재 아래한글로 통일돼 있는 국내 공공기관 문서의 개방성 강화에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폐쇄적인 바이너리 문서 포맷으로 인해 각종 국내외 공동작업에서 호환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많아, 개방형 문서(ODF)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게 심 처장의 지적이다.
충남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심 처장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줄곧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해 왔다. 한국정당학회와 한국정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심 처장은 선거 및 정치제도에 관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