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설립 후 사실상 첫 투자입니다.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대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2009년 초 삼성전자와 삼성SDI 합작으로 설립된 소형 LC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능동다이오드(AMOLED) 전문 생산 기업이다. 지난 17일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눈길을 끈 것 가운데 하나가 그룹 관계사인 SMD의 5.5세대 AMOLED 라인 투자다.
2012년까지 총 2조5000억원이 단계적으로 투입돼 공사가 이뤄진다. 디스플레이의 현재는 LCD지만 미래는 AMOLED로 보는 사람이 많다. SMD의 과감한 투자가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문생산기업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연구원들이 지난 20일 천안사업장 라인에서 유기발광능동다이오드(AMOLED) 패널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기자가 SMD 천안 사업장을 방문한 지난 20일은 마침 임직원 가족을 초청한 `홈커밍데이`가 열리는 날이었다. 대규모 투자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회사 내부 분위기에 가족 1500여 명이 더해지면서 흥겨운 축제로 이어졌다.
SMD의 차세대 AMOLED 라인이 건설되는 곳은 현재 삼성전자 7~8세대 LCD 라인이 있는 충남 탕정 디스플레이 단지다. 삼성전자와 삼성코닝정밀소재 등이 LCD 일관 생산체제를 갖춘 이곳에 SMD도 가세하는 것이다.
SMD 라인이 들어설 13만8600㎡ 용지는 이미 평탄화 공사가 끝나 있었다. 정부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바로 터 파기 작업이 시작된다. 바로 옆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코닝정밀소재 등과 연결되는 LCD 수송 라인 공사가 한창이다.
SMD 관계자는 "차세대 AMOLED 라인이 기존 사업장이 있는 천안이 아니라 탕정 디스플레이 단지에 세워지는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이라며 "대형화하면 유리기판 등 안정적인 부품 조달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MOLED가 LCD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것은 뛰어난 화질과 명암비, 저전력 등 다양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LCD는 빛을 내기 위해 디스플레이 뒤편에 형광등이나 LED칩과 같은 장치가 부착되어야 한다. 반면 AMOLED는 디스플레이가 자체적으로 빛을 낸다.
김형권 SMD 수석연구원은 "자체 발광이라는 장점 때문에 LCD에 비해 두께도 훨씬 얇아지고 심지어 구부리거나 돌돌 말거나 접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AMOLED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휴대폰이다. LCD 대비 우수한 화질과 얇은 두께, 부드러운 터치감 등 때문에 3~4인치 크기 휴대폰용 AMOLED 인기는 폭발적이다.
SMD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줄을 서서 물건을 받아갈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SMD는 5년 뒤인 2015년이면 모바일 기기용 AMOLED시장이 10억개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기기 3대 중 1대 이상에 AMOLED가 탑재된다는 얘기다.
이번 SMD 투자는 2005년 이래 5년 만이다. 5.5세대 AMOLED 라인은 가로 1300㎜, 세로 1500㎜ 크기 기판을 월 7만장가량 생산할 수 있다. 이를 3~4인치 크기 모바일용 디스플레이로 만들면 생산 규모는 월 3000만개다. 현재 월 300만개인 생산 능력이 10배까지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번 5.5세대 투자는 대형 TV 사업에도 청신호다. SMD는 우선 모바일용 디스플레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TV를 향해 있다. 5.5세대 기판으로 50인치급 대형 TV용 디스플레이를 2장씩 만들 수 있다. 얇고 가볍고 선명한 AMOLED TV 시대가 성큼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수 SMD 부사장(연구소장)은 "2015년에는 AMOLED가 차세대 TV의 주력 기술이 될 것"이라며 "3D TV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3D TV 구현에 가장 적합한 AMOLED 기술이 LCD와 PDP 패널을 제치고 각광받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AMOLED TV가 나오면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TV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존 TV는 집 안 거실 한곳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AMOLED TV는 얇고 가벼워서 대형이라도 이동하기 쉽다. 마치 노트북컴퓨터처럼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TV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일경제 천안 / 탕정 =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