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은 허진규 회장이 1967년 창업한 후 부품 국산화로 성장한 전력인프라스트럭처ㆍ부품소재 전문그룹이다. 2008년 7월 지주회사로 변신하면서 일진홀딩스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시장에서는 가장 저렴한 지주사로 통한다.
작년 말 기준 보유 부동산을 포함한 순자산가치는 328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진홀딩스 시가총액은 이달 25일 기준 1446억원으로 순자산가치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심지어 증시에 상장된 자회사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 지분 가치 1989억원보다 저렴하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진용 일진전기 부회장과 각자 대표를 맡던 체제에서 단독 대표에 오른 허정석 사장은 "다른 지주사보다 곱절로 할인받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지주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보여줘 저평가 상태에서 탈피시키겠다"고 밝혔다.
일진그룹 창업자 허진규 회장의 장남인 허 사장은 일진홀딩스 지분 28.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주사 아래 일진전기(54%), 일진다이아몬드(62%), 전주방송(30%), 이니투스(11.1%), 바이메드시스템(85%)을 두었다.
핵심 자회사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는 지난해 내부 혁신과 영업전략 개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2010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뛸 전망이다. 일진전기는 전기와 중전기 사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확대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일진다이아몬드는 지난해 구조조정 결과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룹 모태인 일진전기는 생산 제품 대부분이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구성 요소다.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는 가운데 일진전기가 우위를 점한 송배전 분야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일진홀딩스를 에너지환경, 첨단소재부품, 헬스케어라는 3개 핵심축을 기반으로 회사를 키울 것" 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의료기기업체인 바이메드와 전자태그(RFID)업체인 이니투스는 4년 전부터 투자해 편입했다.
약 4년 전부터 신사업 기획을 위한 조직을 꾸려온 일진그룹은 6월 말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정해 사업확장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허 사장은 지난해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외부와 소통이 부족했음을 시인하고,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허 사장은 "부동산과 투자유가증권 등 기타자산 1029억원을 포함해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 자금을 확보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홀딩스는 2015년 순자산 8200억원, 연결순이익 230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환경부문(60%), 고성장산업(16%), 첨단소재(12%), 의료기기ㆍIT(12%)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꿈꾸고 있다. 허 사장은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면 매각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핵심사업으로서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는 자회사 전주방송은 "매각보다는 기업공개(IPO) 쪽으로 검토 중"이라며 "방송법 개정으로 소유지분 한도가 완화돼 현재 30%인 지분을 40%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석 사장은 국내에 있는 해외 증권사들과 연계해 외국인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고, 하반기부터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에 나서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해외 고객사 응대나 해외 전시회, 공장 등 현장 챙기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바쁜 허 사장은 10년 이상 일진전기에서 경험을 쌓았다. 주변에서는 신중하면서 합리적인 태도가 부친을 쏙 빼닮았다고 평가한다.
[매일경제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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