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7>부족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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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3D로 실사 촬영한 콘텐츠 부족은 2D 영상을 3D 입체 화면으로 변환해 주는 컨버팅 기술이 상한가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영화 제작사는 물론이고 국내외 3DTV 제조사, 3D 영상 제작과 소프트웨어업체 모두 신기술을 잇따라 채택 중이다.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타이타닉 역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손에 의해 3D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캐머런 감독은 최근 서울을 찾아 1200만달러를 투자해 2D로 촬영된 타이타닉을 3D로 전환한 뒤 재상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3D로 다시 태어날 3D 타이타닉은 색다른 볼거리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하지만 캐머런 감독 역시 2D에서 3D로의 전환기술의 전면 수용에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2D 영상을 3D로 완벽하게 전환해주는 마술상자는 절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결국 ‘3D로 촬영하라’로 수렴된다. 그렇다.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방송영상 분야에서 논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2D-3D 컨버팅 기술은 전 세계 영화인뿐 아니라 한국의 3D 콘텐츠 산업이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극장주가 상영할 영화를 구하지 못해 셔터를 내리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3DTV 제조업체가 직면한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3D 콘텐츠가 없어 방송을 못하고, TV를 판매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 현상이 단시간에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선책 선택이 불가피하다.

 국내에서 3D방송을 제일 먼저 도입한 스카이라이프 역시 3D 채널을 풀방송했을 경우, 5시간을 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스카이라이프가 올 1월부터 3D 전용채널을 통해 시범방송을 실시 중이다.

 ◇‘목 마른’ 3D 콘텐츠=우리나라 3D 콘텐츠 현주소는 한마디로 걸음마 단계다. 지금까지 3D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저변도 넓지 않다. 2D 화면을 3D 영상으로 전환시키는 컨버팅 업체 30여곳이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자본력과 인력 측면에서 영세하다. 현재 국내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10개 중 7개사가 매출 1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문제는 2D에 비해 투자 위험성이 높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BM)이 없어 민간 투자 유치도 쉽지 않다. 3D 콘텐츠 관련기업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최용석 빅아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3D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지가 국내 3D 관련기업에 던져진 숙제”라고 설명했다. 3D 입체영상을 실사 촬영하려면 2D에 비해 제작비가 두세 배 늘어나는 게 현실이지만, 중소기업이 리스크를 떠안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3D 카메라를 이용해 실사촬영한 콘텐츠 역시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 지상파방송사들은 오는 10월 3D 시험방송을 앞두고 3D 촬영장비를 도입하면서 자체 3D 콘텐츠 제작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책 지원 시급=다행히 최근 3D 관련 업계는 희색이 돈다. 정부가 3D 콘텐츠 육성 정책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3D 콘텐츠산업 5대 강국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4100억원의 예산을 투입, 2015년까지 전체 영상 콘텐츠의 20%를 3D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3D 콘텐츠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방송사, 통신사, 가전사,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3D제작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제작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함께 공유하며 정부의 지원방향과 업계 간 생태계 선순환구조 확립에 주력하기 위한 조치다. 또 방송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기존 인력 재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국전파진흥협회를 통해 3D 입체방송 제작기술을 커리큘럼에 반영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