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기고 유지상 광운대 교수

[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기고 유지상 광운대 교수

 3D 같은 새로운 미디어 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시스템 구성을 위한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아니다. 고품질의 흥미로운 콘텐츠가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우리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3D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3D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 서비스 형태지만, 세계 최초 지상파 3D 방송 송출이라는 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올 10월에는 방통위 주관으로 기존 DTV와 역방향 호환성이 보장되는 세계 최초의 고화질 3DTV 실험방송도 예고돼 있다. 지상파·케이블·위성 모두 포함하는 방송 서비스다. 물론 일본도 이미 2007년부터 BS11 위성을 통해 하루 1시간 정도 서비스를 하고 있고, 올 6월에는 미국의 디렉TV도 방송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DTV 방송은 대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송서비스에 대해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품질 3D 콘텐츠 수급 때문이다. 방송은 시작됐는데 방송 시간을 채울 콘텐츠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할리우드에서 만든 3D 영화를 24시간 방송하면 사나흘 분량 정도밖에 채우지 못한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여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게 현실이다. 반면에 해외는 대표적으로 3Ality, 페이스테크놀로지 등이 3D 카메라·촬영기술을 기반으로 영화, 방송 등 이미 다양한 장르에서 3D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방송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3D 영상물이 제작될 것은 당연하다. 그 전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다. 현재 3DTV 방송서비스는 대부분 시범서비스거나 실험방송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아공 월드컵 대회 등 특정한 이벤트를 위한 방송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 목적의 본방송하고는 아직 거리가 있다.

 지상파 DTV 방송이 상용화된 지도 2011년이면 10년이다. 전송 방식 문제 때문에 보급이 늦어진 이유도 있지만 아직도 HD 콘텐츠로 100% 편성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HDTV 방송보다 3DTV 방송 진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하지만 충분한 고품질의 3D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3D 방송이 상용서비스로 성공할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을 위한 초기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얻는다면 3D 콘텐츠의 수급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전환에 전력하고 있는 방송사업자들도 2012년께 3D 방송에 대한 제작 여건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3D 콘텐츠 제작비는 2D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소요된다. 제작비 중 3D 장비 렌털 비용이 평균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장비와 제작 표준화를 발판으로 더 많은 제작진이 확보된다면 제작 비용은 현재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 국내에서 시작된 3DTV 방송서비스가 대부분 상용화 방송이 되는 시점이 된다면 3D 콘텐츠 수급 문제는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가 된다면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오히려 그 내용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2D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3D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jsyoo@kw.ac.kr